등록 : 2007.11.21 18:26
수정 : 2007.11.2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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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재/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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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전문기관에서 한국인의 화장실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하루에 화장실을 이용하는 횟수는 평균 4∼5회, 1회 이용 시간은 남성이 14분, 여성이 18분 정도라고 한다. 평생을 놓고 보면 1년을 화장실에서 생활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화장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신문 보기, 전화하기, 고지서 보기의 순으로 나타났다. 화장실의 기능이 단순한 배변 공간이고 불결의 대명사였던 1990년대 이전에 이런 조사를 했다면 아마 이용 시간은 훨씬 짧았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화장실은 정말 깨끗해졌다. 휴게소나 관광지에는 정원이 있고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도 많다. 앉아 있으면 건강상태까지 체크해 주는 첨단 변기까지 내년에 도입된다. 이제 화장실은 단순한 위생차원을 넘어 건강을 배려하고 휴식하고 사색하는 아름다운 생활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우리 화장실이 이처럼 몰라보게 바뀌게 된 것은 2000년 한국 방문의 해,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를 계기로 정부와 시민단체가 화장실 문화 개선 범시민운동을 널리 전개하고, 2004년 1월 세계 최초로 공중화장실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공중화장실 개선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화장실 시설과 관리 수준은 세계적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런 국제적 평가에 힘입어 오는 11월22일부터 나흘 동안 행정자치부와 한국화장실협회 공동주최로 세계 70개국이 참여하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화장실협회는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최초의 대규모 국제 민간기구로서 본부가 한국에 설치된다. 우리의 화장실 혁명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함으로써 외교·산업경제 및 문화적 차원에서 향후 우리의 국가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 발표를 보면, 세계 인구의 40%에 이르는 26억명이 안전한 식수와 화장실이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아프리카 등 저개발 지역에서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매년 200만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 중 150만명이 어린이다. 이에 유엔은 2000년 화장실 없이 사는 세계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새천년 개발목표’ 8대 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세계화장실협회는 저개발국에 대한 화장실 시설 지원과 세계적 재난 발생 때의 이동식 화장실 제공, 화장실 관련 기술교류와 세계표준 제정 등을 통해 인류의 보건·위생을 증진하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국제적 활동을 벌이게 된다.
이번 창립 총회에는 부대행사로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화장실 엑스포도 동시에 열린다. 우리의 선진 화장실 기술과 문화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관련 산업의 발전과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세계의 화장실 시장 규모는 100조원대로 추산되고 있고,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내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국제엑스포를 앞두고 대대적인 화장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화장실협회 창립 총회를 계기로 제2 화장실 혁명을 강력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화장실 혁명을 선도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도 열악한 화장실이 상당 부분 남아 있다. 행정자치부는 먼저 재래시장·학교·군부대나 저소득층 지역의 공중 화장실 실태조사 등을 통하여 집중적인 시설 개선과 위생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화장실 등급제를 도입하고, 민간의 화장실 개방도 확대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 나갈 방침이다. 앞으로 해마다 1천곳 이상의 민간 화장실이 개방 화장실로 전환된다.
박명재/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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