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23 17:55
수정 : 2007.11.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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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석/아주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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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20차 세계에너지총회와 세계에너지협의회 연례 집행이사회가 지난 11일부터 닷새 동안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는 ‘상호 의존하는 세계 속의 에너지 미래’라는 주제로, 150여 나라에서 공식 대표단 3900여명이 참석했고, 전시관 다섯 곳에서 열린 에너지 전시회에는 1450 업체가 참가했다. 또한 취재진만도 8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이번 총회에는 2013년 총회를 대구시에 유치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95명에 이르는 대규모 대표단이 참여해 다각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이는 당면한 고유가 및 기후변화 대책에 대한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시의적절하고, 향후 관련 분야의 협상력 강화와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세계에너지협의회는 1923년 설립돼, 그간 ‘에너지 국제연합’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엔은 물론, 주요국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에 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번 로마총회의 논의의 핵심은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줄이기에 대한 지구적 차원에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 강화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 보유국, 소비국과 선진국 및 개도국의 관계는 여전히 그 거리를 좁히기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알제리·카타르와 대량 소비국인 미국 및 유럽연합 등 7개국의 장관급이 참여한 원탁회의에서도 향후 안정적 수급을 위해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에는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수급 및 가격 불안 요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는 확연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 이번 총회에서는 에너지 수요의 급증과 고유가, 빈부국 사이 에너지 확보 격차, 기후변화 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 개선, 탄소 저감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증대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다만 이번 총회를 통해 전반적으로 향후 특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극심한 에너지 파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위기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배경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유사(tar sand)나 혈암유(oil shale) 등 대체 자원이나 재생에너지의 이용 확대와 함께 석탄의 액화 및 가스화, 원자력 발전의 증대로 상당부분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관련 기술의 지적재산권과 인증 제도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술 이전에 매우 인색해 개도국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지적 자산 공유 등 국가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여러차례 제기되었다.
총회의 논의사항을 종합해볼 때, 향후 한국이 에너지 수급안정과 온실가스 감축의 합리적 조화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다음 몇 가지에 역점을 두었으면 한다.
첫째, 각종 에너지의 소비 절약과 온실가스의 감축을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므로 이에 최우선 정책순위들 두어야 한다.
둘째, 세계 온실가스 배출 현황 및 전망을 볼 때, 각 부문 중에서 전력부문의 비중이 가장 높으므로 전력사용 설비 및 기기의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높은 열병합발전 및 지역난방 시스템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재생에너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수소에너지 기술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관련 기술에 대한 주요국의 지적재산권 및 인증 제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서주석/아주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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