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30 18:10
수정 : 2007.11.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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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룡/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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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제사회에서 모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된다. 그래서 생물체에 대해서도 값을 매긴다. 얼마 전 국내 동물원에서 동물들의 몸값을 매긴 것을 보고 아주 흥미로웠다. 로랜드 고릴라가 10억원, 오랑우탄 3억원, 코끼리 2억5천만원, 황새 2억원, 호랑이 1천만원, 사자 300만원 등등이었다. 이 값은 멸종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1·2·3등급으로 구분하여 매겨졌다 한다. 생각보다 호랑이와 사자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아마 야생에 남아 있는 수를 감안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면 흔한 참새 한 마리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옛날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기억을 더듬으면 참새값은 몇 백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참새 한 마리가 생태학적 관계에서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가치를 평가한다면 얼마나 될까? 독일의 유명한 환경생태학자 프레데릭 베스터 박사는 참새 한 마리 값을 1357유로(한화 180만원)로 계산해 냈다.
베스터 박사의 계산 방법을 보자. 우선 재료값으로 참새의 뼈와 고기 무게 값이 480원이다. 그리고 정서적인 가치로 사람이 새들을 보고, 소리를 들으면서 즐거움을 얻는데, 이것을 1년치 신경안정제 값으로 환산해 보니 약 4만원 정도 된다는 것이다. 또 해충구제 비용으로 새 한 마리가 1년에 10만 마리의 해충을 구제한다고 계산한 후 이 중에 약 6만 마리는 사람이 방제해야 할 몫으로 계산하면 6만원 정도다. 또 씨앗 살포자로 새 한 마리가 1년에 한 그루의 나무를 퍼뜨린다면 사람이 나무를 심는 데 드는 인건비를 계산해 보니 8만원, 환경감시자, 공생파트너, 기술 개발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기여 등의 값을 모두 합한 금액이 40만원 정도 된다. 그리고 참새의 수명을 5년으로 봤을 때 참새의 몸값은 약 180만원(고기와 뼛값은 5년 곱한 값에서 제외)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골프장 27홀을 만들었을 때 148만㎡ 안에 사는 새들의 종수와 마리 수를 계산해 그런 셈법으로 전체 새의 몸값을 계산해 보니 200억원이 넘는 액수였다. 새들이 사는 나무 한 그루가 인간에 끼치는 사회생태적 값이 연간 약 220만원(목재값· 해독·정화작용 등)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 만일 이 나무값까지 넣는다면 골프장 27홀 크기의 사회생태적 가치가 적어도 수십조원은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니 아무도 그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이 없고, 또 그 가치를 아는 사람도 없다. 새의 가치가 전체 구조 속에서 본래의 물질적인 가치보다 훨씬 크다는 인식, 그리고 나무를 나무 그 이상의 것으로 이해하려는 사회적 공감이 너무 아쉽다. 지금 우리는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개발부터 먼저 하고 보자는 식이다.
최근 유엔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 온난화로 곧 지구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얼마 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브라질을 방문하여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지역 보존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재앙을 막는 방법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든지 아니면 지구 스스로 이산화탄소의 자정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숲은 마구잡이로 베어지고 있다. 푸른 잔디가 깔린 골프장으로는 이 지구의 재앙을 막을 수 없다.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70배가 넘는 산과 들이 무분별한 개발로 없어져서야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바로 숲이 있고, 건강한 숲과 들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그물처럼 서로 얽혀서 살아갈 때 우리의 생명도 안전할 수 있다.
박시룡/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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