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2.19 21:02 수정 : 2007.12.20 21:01

박경신/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기고

태안해상국립공원 전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태안군 앞바다 기름유출사고는 해상국립공원 전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언론은 어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을 통해 지표면과 수표면에서 기름찌꺼기가 수거된 점을 높이 치하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름은 갯벌, 모래, 수면 밑으로 내려가 오랫동안 치유할 수 없는 피해를 지속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재난이 있으면 불행을 애도하고 성금을 내고 자원봉사를 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지만 피해를 완전하게 보상하고 복구하는 그리고 그 보상과 복구를 가해자가 책임지고 하는 전통은 없었다고 본다.

유조선에서 유출된 대량의 기름이 어업과 관광업 등의 생태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국립공원’ 급의 해안가를 덮친 것은 세계역사상 처음이다. 이런 세계적 재앙에 대해서는 어떻게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1995년 씨프린스 사고에서 당시 실제 재산상 손해는 7천억에 달했다고 한다(매일경제 12월11일 기사). 그러나 여러 가지 입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국제유류보상기금(IOPC)과 보험사에 실제 청구된 어장피해 액수는 735억 정도였고 실제 보상받은 돈은 방제비용을 합쳐 500억 수준이었다.

여수피해자들이 그렇게 쉽사리 보험사와 국제기금의 회유에 승복한 것은 우리나라의 취약한 민사피해보상제도와 여기에 길들여진 피해자들의 낮은 기대 때문이었다. 태안 앞바다 사건의 해결에 있어서는 기존의 취약한 민사보상관행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이번 태안 사건과 같이 국립공원 전체가 피폐화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주민 전체가 피해자임은 물론 국가 전체가 피해자다. 이에 완전한 보상, 완전한 정화, 가해자의 책임부담이라는 세 원칙이 충실히 관철되는 선례를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언론, 법조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언론은 세금계산서 등의 서면기록을 중심으로 한 보험사나 기금의 입증기준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나 국제유류보상기금의 입증기준은 보험사 및 기금의 내규 내지는 고객 및 회원사와의 계약에 의해 세워진 것일 뿐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또 언론에서는 보험사와 기금의 배상한도를 합해 “3천억”이 한계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유류오염피해보상에 관한 2개의 국제협약을 법제화한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 하에서, 이번 사고와 같이 선박들의 과실이 명백한 사안에서는 기금 및 보험사의 배상한도를 초과해 가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조도 할 일이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해양오염에 대한 손해배상은 거의 전부 어업권에 관한 것이었고 숙박업 요식업 피해 등에 대해서는 ‘간접손해’라 하여 배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또, 어업권소송에서 관공서에 등록되지 않은 패류채취 역시 피해보상에서 배제돼 왔다. 또, 경영자가 아니라 직원으로서 어업 및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피해보상도 배제되어 왔다. 이들 모두 외국의 소송에서 그리고 기금 및 보험사의 배상범위에도 이론적으로는 포함되어 있어왔는데 오직 우리 법조에서만 제외시켜왔다.


국가도 할 일이 있다. 주민들에게 소송기간 동안 생계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피해보상이 아니라 생계지원이다). 궁박한 피해자들이 여수사건처럼 쉽게 합의하는 낭패를 보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또 국가가 세금으로 투입한 방제비용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며 가해자로부터 구상받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어업권에 대한 보상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완전한 보상, 완전한 정화에 대한 가해자의 책임이 완수되는 것만이 진정한 해결이다.

박경신/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