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6 18:41
수정 : 2007.12.2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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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기/인천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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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국민을 향해 섬기는 낮은 자세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는가를 보는 국민적 판단의 첫 단추는 바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구성, 곧 첫 인사다. 이 인사는 향후 이 당선자가 구성하게 될 정부의 청사진을 미리 보여주는 것으로서 국민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이를 지켜봤다.
인류 역사를 통해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이 진리 중에 진리라는 사실은 여실히 증명돼 왔다. 그러나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사실은 그의 탁월한 대학경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 주된 이유는 이 위원장이 여성이라서가 아니며 국정경험 없는 교수 출신 대학 총장이라서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정권을 불법적으로 탈취한 전두환 군부 정권의 초석이 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입법의원 전력과 이후 민정당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4년간 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위원장이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이후 ‘시이오 총장’으로서의 성공이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점이다. 이 당선자의 측근들이 과거의 이력 자체를 문제삼았다면 나는 이 위원장이 과거를 생각하는 태도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이 위원장의 성공의 기반이 역사적 상흔을 딛고 서 있다면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사과를 먼저 하는 게 우선이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월간지 <신동아> 2006년 4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때는 국가비상시기였고 끝까지 사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죠. 소속 위원회가 외교통일위원회였습니다. 전공 분야였기 때문에 의원 활동을 하며 배운 게 참 많았어요. … 국회의원 한 덕으로 만났던 정계·재계·관계 인맥이 학교의 해묵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죠.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풀어야 되는지 자문도 하고 사람을 연결해주기도 했죠. 국회의원 경험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서 새삼 전두환 정권의 폭정 실상을 일일이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정권 창출을 위해 국민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사실은 도저히 용서될 수 없는 역사적 현실이다. 만일 이러한 사건이 프랑스에서 일어났다면 인륜에 반하는 중죄로서 범죄인은 중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이 당선자가 진정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면, 차기 정부의 얼굴인 이 위원장의 전력에 대해 단순히 “이미 오래 전의 일로서 역사적으로 정리되었다”는 소감 표명은 맞지 않다. 오히려 유감 표명, 나아가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해야 이 당선자가 강조한 국민대통합과 화합이 걸림돌 없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당선자가 학연·지연에 관계없이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약속도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인사위원회의 자료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명박 당선자의 첫 인사를 무조건 비난하고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제 지지자와 반대자 모두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거듭나야 할 이명박 당선자의 성공을 위해 충언으로 받아들여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제 이명박 정권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경제활력과 국민 모두의 성공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왜 이명박 당선자가 말한 “국민을 섬기는 자세”와 이경숙 위원장이 말한 그 자세가 똑같은 의미로 진실하게 다가오지 않는지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백원기/인천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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