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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7 19:12 수정 : 2007.12.27 19:12

유진숙/고양문화재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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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막바지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온라인에서는 ‘대한민국 문화계를 이끌고 갈 문화대통령 뽑기’ 가상선거가 펼쳐지고 있었다. 새로운 5년을 이끌어갈 이명박 당선자가 확정될 즈음, 네티즌이 뽑은 문화대통령으로는 동방신기와 치열한 접전 끝에 박진영이 당선됐다. 가수 서태지에 이어 제2대 문화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가상세계 속의 문화예술계는 언제나 연예계 스타들이 꽉 잡고 있고, 현실세계에서도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주류는 한류를 비롯한 연예 엔터테인먼트가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문화산업 진흥, 문화콘텐츠 개발 등 수익성과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둔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은 한국의 영화산업·드라마·대중가요 그리고 몇몇 공연예술 상품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며 한류를 축으로 한 문화상품의 지평선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이제 도쿄 주부들이 욘사마를 만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이집트 카이로의 가정에서 ‘겨울연가’를 시청하며, 파리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문화콘텐츠를 국민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요술방망이 정도의 가치로만 여겨 문화로부터 나오는 현재의 상업적 파급 효과를 계산하는 데 머문다면, ‘경제선진국’을 넘어 ‘문화국가’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는 시기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그래서 ‘경제살리기’를 내세운 전략으로 국민의 마음을 붙잡은 대통령 당선자는 지금부터 동시에 문화정책을 새로운 시각에서 짜는 문화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는 상품이나 장르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속에 살며시 스며들어와 활기를 주며, 창의적인 사고를 북돋우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하며, 국가에 대한 문화적 자긍심을 갖게 한다. 돈을 위한 문화콘텐츠 개발이 아니라 삶의 질을 위한 문화적 비전이 앞서야 한다.

먼저, 새 대통령은 문화적 지역균형 발전을 이룩하기를 바란다. 서울이 마치 블랙홀처럼 경제·사회 그리고 문화적 혜택까지도 모두 빨아들이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 모두가 경제성장의 열매를 함께 나누는 국가균형 발전이 중요한 만큼이나 이제는 문화향유 혜택을 지역별, 사회계층별로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에 초점을 둔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마다 문화도시를 앞세워 공연장과 문화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이럴 때 중앙정부는 지역의 창조적인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하고, 아울러 문화소외 계층에도 혜택을 넓혀나가야 한다.

새 대통령은 문화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을 펴 나가기를 바란다. 2005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 협약’이 채택된 이후, 한국은 현재 발효에 앞서 정부비준을 남겨놓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로 대표되는 거대자본이 투자되는 상업적 대중문화가 세계의 문화를 점령하는 것을 막고 각 국가의 문화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살리는 일일 뿐만 아니라 타민족의 다양한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꽃필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이 늘면서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의 진정한 문화중심이 되려면 열린사회, 다양성이 공존하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원한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대로 새 대통령은 아름다운 나라를 가꾸는 문화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아니라, 문화를 통하여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는 그런 아름다운 나라를.

유진숙/고양문화재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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