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28 18:47
수정 : 2007.12.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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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중국 상하이 둥화(東華)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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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일이 심상치 않다.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연일 중국의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중국은 9월 말 새로이 취임한 일본 총리에 대한 소개를 사상 유례없이 ‘열렬’히 했다. 그에 대한 중국의 첫번째 포석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에 대해 후쿠다 총리는 이른바 ‘양손 모두에 미국을’이라는 일본의 기존 대외정책과는 달리 ‘한 손에는 미국, 한 손에는 중국’으로 적극 화답했다. 이에 고무된 중국은 이어서 그를 ‘올해의 국제 인물’ 1위로 추대했다. 중국의 유력 일간지 <광시일보>가 주최하고 <광밍일보>(光明日報)가 후원하는 중국의 ‘국제뉴스포럼위원회’가 12월27일, ‘올해의 국제 인물’ 10명을 발표했는데, 일본의 후쿠다 총리가 1위로 등극한 것이다. 후쿠다 총리는 취임 이후, 아직 전세계의 이목을 끌 만한 동향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중국의 언론들이 그를 이렇게까지 띄우고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의 의중을 여실히 드러낸다.
훈풍이 부는 이 즈음 실현된 후쿠다 총리의 중국 방문. 12월27일 북경에 도착한 후쿠다 총리에 대한 중국의 환대는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다. 이러한 모습은 그의 방중에 대한 ‘춘천지려’(春天之旅)라는 중국 쪽의 표현에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춘천지려’란 문자 그대로 ‘봄날의 여행’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최근의 중-일관계를 멋드러진 시로 담아내고 있는 것인데, 이는 ‘파빙지려’(얼음을 깨는 여행, 2007년 10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방중), ‘융빙지려’(얼음을 녹이는 여행, 2007년 4월 원자바오 총리의 일본 답방)에 이어 나온 말이다. 이처럼 중국은 일본에 대한 강한 ‘구애’를 시적 표현으로까지 승화시키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일본의 집권여당 자민당의 주류에서는 아직도 미―일 동맹 강화를 근간으로 일본의 국가안보를 다져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미국이 과연 언제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일본의 안보를 보장해 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의 한 학자는 “국내가 아무리 윤택하고 평안해도 대외적인 국가안보가 위태로우면 말짱 허사가 아닌가. 일본은 더 이상 주변국을 소홀히 하거나 적대시해선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의 ‘춘천지려’는 일본의 국가안보는 물론 국익 추구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올해의 국제 인물’ 10명 가운데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9위로 올려놨다. 물론 이 또한 중국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중국은 이명박 당선자가 이끌 새로운 ‘한국호’를 주목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제뉴스포럼 위원회는 이명박 차기 대통령을 설명하며 “한국 경제의 부흥을 전면에 내건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동안 한국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한-미 동맹에 주력할 것”이라는 복선을 깔았는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춘천지려’와 ‘동천지려’(冬天之旅). ‘봄날의 여행’이란 멋진 표현을 써가며 밀월기로 치닫는 중국과 일본. ‘한-미 동맹’ 강화만을 소리 높이며 ‘겨울로의 여행’을 준비하려는 한국. ‘실용정부’라고 하지만 ‘실용외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 걱정스럽다.
우수근/중국 상하이 둥화(東華)대 교수·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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