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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9 19:02 수정 : 2008.01.09 19:02

신혜수/국가인권위 인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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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개편안을 보면서 여성가족부가 폐지 대상으로 꼽히는 데 대해 정말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여성정책과 여성가족부는 그동안 국제사회, 특히 유엔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유엔은 성평등 문제를 유엔 전체의 공통의 문제(cross-cutting issue)로 설정하고, 유엔 회원국 모두가 성평등을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정기 심의를 받았다. 심의 결과 호주제 폐지 등 법과 정책에서 큰 진전이 있었고, 성별 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 도입, 그리고 여성가족부의 권한과 예산이 증대된 것 등에 대해 많은 칭찬과 함께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한국이 빈곤국에서 상위 중진국으로 도약하면서 여성부문의 발전은 민주주의·인권의 신장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나는 선출직인 여성문제 전문가로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을 8년째 하고 있다. 그동안 137개국이 제출한 159건의 보고서를 심의하면서 각 나라의 다양한 여성정책과 여성전담부서를 살펴보고 심의하는 것이 위원으로서 나의 주된 일이었다. 그런데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은 여성정책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1970년대 중반 또는 80년대 초에 이미 성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계속 이를 개정·강화해 왔으며, 성평등 문제를 정부의 중요한 정책으로 인식해 왔다는 점이다. 선진국들이 현재 중요한 분야로 설정하고 차별을 없애고자 계속 노력하는 것은 경제분야에서 차별, 특히 임금격차와 성희롱 문제, 공직에 대한 동등한 참여 보장, 가정폭력·성폭력 등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그리고 남녀 모두 일과 가정의 조화로운 양립 문제다.

그 결과 이런 선진국들은 성평등 정책이 모든 부처로 주류화되어 한 부처에서만 여성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모든 부처가 각기 맡은 분야에서 어떻게 성평등을 이룩할 것인지를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인간개발지수, 여성개발지수, 여성권한척도가 모두 높은 나라들이다. 이 세 부문에서 모두 10위 안에 드는 나라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스웨덴, 네덜란드의 6개국으로,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가장 힘센 나라로 간주되는 미국은 인간개발지수는 12위, 여성개발지수는 16위, 여성권한척도는 15위이고, 경제력으로 둘째로 꼽히는 일본은 인간개발지수는 8위이지만, 여성개발지수는 13위, 여성권한척도는 54위로 처져 있다. 우리나라는 인간개발지수와 여성개발지수 모두 26위, 여성권한척도는 64위로 하위권이다.

새 정부는 선진화를 지향하고 있다. 선진국의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는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 성평등 사회이다. 여자 어린이가 성폭력을 당하지 않고 안심하고 자랄 수 있는 사회, 여성이 아이를 낳고서도 눈치보지 않고 직업을 계속 가질 수 있도록 출산·보육정책이 잘되어 있는 사회, 직장에서 임금차별·성희롱에 시달리지 않는 사회, 여성이 모든 분야에 골고루 높은 자리까지 진출해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지향할 때만이 대한민국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인구의 반인 여성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두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성평등 문제가 모든 부처의 중요업무로 포함되어 주류화될 때까지 여성가족부는 존속되어야 하고, 성평등 정책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신혜수/국가인권위 인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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