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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규/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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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우리 축산업은 농가에서 부업으로 많아야 소·돼지 한 두 마리를 키우는 게 전부였다. 소는 논밭에서 거둔 농작물의 부산물이나 들과 산에서 자란 꼴을 베다 먹였고, 돼지는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먹였다. 우리나 외양간은 짚이나 풀을 깔아 배설물은 자연스럽게 퇴비가 되었다. 땅에서 자란 작물을 가축한테 먹이고, 그 배설물은 거름으로 만들어 다시 땅에 돌려주었다. ‘자연 순환 농업’을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농업 형태는 식량 증산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축산업이 규모화하면서 한동안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1970년에 240만 마리에 불과했던 소·돼지 사육 두수가 2001년 이후 10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축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국외에서 들여온 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가축분뇨 발생량도 함께 폭증했고, 반면 농지에는 화학비료만 뿌려졌다. 경종농가가 품이 많이 드는데다 품질을 불신하여 가축분뇨 거름 사용을 기피했던 것도 한 이유다. 최근 다시 자연순환 농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가축분뇨가 국토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를 적절히 처리하고, 과도한 화학비료 사용으로 약해진 땅심을 높이는 것이 농업계에 큰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덜 쓰거나 안 쓴 환경친화적 농축산물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자연순환 농업의 성공사례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충남의 논산계룡축협과 인근의 지역농협은 2003년 이후 가축분뇨 퇴비와 액비를 공급하고 이를 논과 밭 농사에 이용하는 협력체계를 유지했다. 가축분뇨 거름을 사용한 결과 과실의 당도가 높아지고, 벼가 튼튼하게 자라 농약 사용이 줄어들었다. 가축분뇨 퇴비와 액비의 안전성과 우수성은 충남대학교와 농업기술센터, 수박연구회 등이 공동으로 수행한 딸기·수박 등의 재배연구를 통해 실증되었고, 농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축분뇨 거름의 인기가 높아져 액비 사용 논 면적이 2006년 1100㏊에서 지난해 2200㏊로 늘었다. 가축분뇨를 바다에 버리는 농가와 가축분뇨 자원화 농가 중 처리비용이 어느 쪽이 덜 들까? 답은 자원화 농가다. 실제로 돼지 1천 마리를 치는 농가 기준으로 연간 3천만원 이상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액비를 사용하는 벼 재배 농가도 1㏊당 10만원의 비료값을 줄였다. 충남 논산의 이런 성과는 지자체와 농·축협, 농가가 서로 협력하여 고품질의 가축분뇨 퇴비와 액비를 생산·공급하고 소비하는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자체, 농협·축협, 농가 등이 자연순환 농업 협약을 체결한 지역이 2006년 18곳에서 작년 말에는 39곳으로 늘었다. 이제 우리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자연순환 농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정립해야 할 때다. 가축분뇨를 환경오염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축분뇨를 재활용해 잘 만들어진 퇴비와 액비는 유기물이 많아 땅심이 적은 우리나라의 토양에 꼭 필요한 비료자원이다.정부는 가축분뇨 자원화 비율을 현행 82%에서 2013년 90%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만큼 화학비료 사용량도 줄어들게 된다. 이를 위해 부숙도 판정기준 설정 등을 통해 가축분뇨 거름의 품질 안정성과 균일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농가를 대신하여 만들어진 거름을 운반하고 살포하는 작업을 해주는 유통조직을 현재 39곳에서 2012년까지 70곳까지 늘리고, 가축분뇨 퇴비·액비의 살포에 필요한 장비와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자연순환 농업은 우리 농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임상규/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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