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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3 19:53 수정 : 2008.02.13 19:53

이병주/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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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과거청산 운동’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딴죽 걸기가 시작되었다. 과거청산을 위해 설립된 16개의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일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곧바로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와 제주4·3특별위원회를 포함한 아홉 위원회를 폐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로 통합하는 개정안이 한나라당 발의로 국회에 상정돼 논의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무더기로 법안을 상정해 처리하려는 한나라당의 무리한 시도는 바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의 천박한 역사인식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권위주의로 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논의와 토론 끝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정한 법률을 폐지 또는 개정하려면, 기본적으로 민주적 절차와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의견수렴 절차를 생략하고 갑자기 관련 위원회 폐지 법안을 한나라당 의원 130명 이름으로 무더기 상정하여 국회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제정한 법률로 운영되고 있는 위원회를 대안도 없이 일괄 폐지하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다. 폐지 이유와 내용을 객관적으로 제시해서 설득하는, 관련 단체와 관련자들의 합의 절차가 우선되어야 한다. 공청회 개최 등 법률 개정 기본 절차를 지켜나가야 한다. 그런데도 방침을 먼저 발표하고, 국회 절차를 대폭 생략하면서 당사자들의 이해도 구하지 않은 채 강행하는 모습은 권위주의적 구태일 뿐이다. 관련법 하나하나에 피눈물이 담겨져 있는 소중한 의미를 되새겨야 하며,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일을 처리하려는 자세를 갖추려는 민주적 태도가 결여돼 있다.

과거청산 운동은 이념과 사상과 관계없이 반드시 거쳐야 할 역사적 과업이다. 물론 지난 과거청산 운동이 통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관련 단체와 해당 관련자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측면이 크다. 일부 위원회의 경우 그 소임이 끝났거나 끝나가고 있다. 활동 기한이 많이 남아 있는 위원회는 빨리 종료될 수 있도록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과제가 남아 있는 진실화해위는 권한이 미약하고 인력과 재정이 부족하여 접수한 사건 1만여 건 중 10%(2007년 12월31일 현재)밖에 처리를 못하고 있으며, 2년의 활동 기한이 끝나면 위원회를 폐지한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제주4·3사건위원회와 민주화운동보상심의위 등 아홉 가지 위원회를 진실화해위로 강제로 통폐합시킨다는 것은 진실화해위의 활동마저도 유야무야시키겠다는 의도일 뿐이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진정성이 있다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진실화해위 관련법 개정안을 처리하여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든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등에 재정과 인력을 지원해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 차기 이명박 정부는 과거청산 운동의 결과를 취합해,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처와 사회적 화해 조처를 위한 사업을 실천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할 일이다.

대통령 당선인 말 한마디에 전봇대가 뽑혀나가고, 어느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주의 조처를 받는 이 사회는 분명 뒷걸음치고 있다. 전봇대 뽑듯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뽑아 버리려는 강압적 태도와 윗분의 지시 없이는 일요일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인수위원들의 맹종하는 모습은 또다른 권위주의의 발로가 아닐까?

이병주/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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