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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9 20:03 수정 : 2008.02.19 20:03

이지문/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

기고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를 보면 표지 다음 쪽에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라고 해서 인적사항(기호, 소속 정당명, 성명, 성별, 생년월일, 직업, 학력, 경력), 재산상황 및 병역상황, 최근 5년간 세금납부·체납실적 및 전과기록이 기재돼 있다. 이것은 공직선거법 제65조 7항 “대통령 선거,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지방의회 의원 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 있어서 책자형 선거공보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를 게재하여야 한다”에 근거하고 있다.

예컨대, 이 규칙에 따라 제작된 이명박 후보의 선거공보 경력난에는 “14·15대 국회의원, 제32대(민선3기) 서울특별시장”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중 15대 국회의원 경력은 1996년 신한국당 공천으로 ‘정치 1번지’라고 일컫는 서울 종로에 출마하여 국민회의 이종찬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등을 물리치고 당선된 사실을 적은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선거비용 과다지출 및 범인도피 혐의로 700만원 벌금형을 받아 당선무효 판결을 받았다. 그 경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여 얻은 답변은, 공직선거법상 설령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당선무효 내지 중도사퇴하였다 하더라도 경력으로 기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과기록을 공개하는 범위도 제49조 4항에서 실효된 형을 포함한 금고 이상의 범죄 경력으로 한정시켰기 때문에 이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은, 공개해야 하는 전과기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공직선거법에서 전과기록의 의미를 금고 이상으로 국한한 것은 문제다. 당선무효가 되어도 경력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러한 당선무효 사유가 벌금형일 경우에는 전혀 유권자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대통령 선거 정도 되면 각종 언론을 통해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후보자 정보공개 취지에 맞지 않다. 지방의회나 국회의원 선거 등 그 범위나 관심도가 낮은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어 더욱 문제다.

현 제17대 국회의원 중에서도 당선무효 11명, 피선거권 상실 5명이 있었으며, 임기가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도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 17명, 뇌물수수로 피선거권 상실 1명이 있었다. 지방의원 중에서는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 66명, 피선거권 상실 6명이 있었는데, 대개 선거법 위반의 경우 벌금형으로 끝나기 때문에 향후 출마시 전과기록에 공개할 필요가 없으며, 경력에는 당당하게 시장이니 의원이니 하는 것을 기재할 수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100만원 미만일 경우에는 당선무효가 되지 않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이나 단체장들 중에서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상 전과기록을 금고 이상으로 국한한 건, 벌금형까지 공개할 경우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설령 현행처럼 금고 이상으로 한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더라도 공직선거법상 선거권 제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선출 및 직무와 직접 관련 있는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내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하여 수뢰, 사전수뢰 내지 알선수뢰, 알선수재에 규정된 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벌금형도 공개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과 합리적인 후보 선택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지문/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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