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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4 20:03 수정 : 2008.03.04 20:03

김익한/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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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운영의 근간이 되는 기록 관리의 영역을 보면 새 정부가 정말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록을 잘 관리함으로써 정부의 일들이 체계화되고 효율화되며 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이제 상식에 속한다. 국민들은 특검 관련 뉴스를 보면서 ‘기록을 더 철저히 관리했더라면 간단히 규명될 것을’ 하며 아쉬워할 만큼, 정부나 기업에 대해 이미 높은 수준의 기록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는 이른바 레임덕으로, 올해는 새 정부 출범으로 기록 관리는 또 뒷전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기록 관리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는 거의 중단 상태에 있다고 한다. 국민의 요구 수준에 맞춰 기록 관리 선진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근 10여년간 줄기차게 이어져 왔다. 기록 관리를 총괄하는 국가기록원이 조직의 양과 질 면에서 일신하였고, 법을 비롯한 제도 역시 안정화되었으며, 기록관리 전문부서의 설치, 기록연구사의 배치, 전문 시스템의 개발과 도입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기록관리 정상화 프로젝트에 나섰던 것이 엊그제의 일인데, 벌써부터 이 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니 과연 이대로 능력 있는 정부가 될 수 있을 것이냐는 말이다.

능력 있는 정부란, 일 잘하는 사람이 좋은 시스템에서 효과적으로 일하는 그런 정부를 말한다. 국민들은 정말로 능력 있는 정부와 함께 선진화의 길로 가고 싶어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나아가려면 나라 일을 이끌어가는 정부가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다. 정권 출범 초부터 각료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 국회 할 것 없이 모두 분주한 것은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니 그래도 낫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거론되곤 해서 모두 불안해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새 정부와 국회 모두가 신경은 쓰고 있으니 다행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좀더 실제적인 문제의 하나인 기록관리 체제의 구축과 같은 일들은 지금으로 봐서는 아무도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는 듯하다. 중앙행정부처를 대부·대국 체제로 개편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영역에서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드는 일에 누구 하나 제대로 고민하고 집행하고 있지 않다. 아무리 새 정부의 모양새를 갖추는 일이 바쁘다 하더라도 국가 행정의 공백을 내버려 두고서는 능력 있는 정부를 내실 있게 만드는 일은 무망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기록관리를 개혁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지속해야 함에도 시스템 확산을 위한 예산 확보는 제동이 걸려 있고, 또 기록관리 전문 부서의 설치나 기록연구사의 배치와 같은 기본적인 일들이 주춤주춤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니 어찌 능력 있는 정부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바빠도 기본은 해야 한다.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들려면 새 정부는 연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국가 행정의 기본적인 일들을 실질적으로 챙겨가야 한다. 이전 정부를 부정하고 새 국가 비전을 쏟아내 여론몰이만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새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여 기록관리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국가기록관리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이런 일들을 추진하던 국가기록원과 같은 기관을 지지하고, 예산 부처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 적극적인 지원을 지시하는 정도의 관심은 최소한 표명할 필요가 있다. 능력 있는 정부가 되기 위한 새 정부의 행보는 바로 이런 일들을 통해 하나하나 내실 있는 결실로 맺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익한/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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