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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6 22:25 수정 : 2008.04.16 22:25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기고

교육운동에 참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아이 모두 합쳐 학부모 노릇 34년 차다. 부모들이 선망하는 특목고, 명문대 입시 관문도 거치고 미국 등 외국에서 살면서 학부모 노릇도 해 봤다. 지금은 서울 강남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지역위원)이다.

이명박 정부의 4·15 교육 개혁조처가 발표됐다. 내 눈에 비친 4·15 교육개혁 조처에는 교육은 사라지고 입시만 남았다. 학교를 학원화, 나아가 시장화하고 입시전쟁터로 만드는 것이다. 학원식 암기교육은 허구일 뿐 학력 신장이 아니다. 교육자치는 교육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시·도 교육감들에게 학생들을 저당잡히는 일이 아니고 학교 민주화를 통해 학교 자치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학교와 학원의 구별이 없어지고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될 것이다. 학교는 2부 리그로 운영되어 정규직 교사들의 정규 수업시간 1부 리그, 방과후 비정규직 교사들의 2부 리그인 24시간 체제로 편입될 수 있다. 학생들이 특수직 노동자인가? 학교가 24시간 편의점인가? 학교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간 제공자, 학교운영위는 방과후 수업의 코디네이터가 될 것이다.

만약에 우열반, 0교시, 심야 보충수업 심의안이 내가 학교운영위원으로 있는 강남의 인문계 고등학교 학교운영위에 상정되었다고 가정해 볼 때 누가 눈치없이 용감하게 반대할 것인가? 학생 인권, 건강권 등은 ‘대학입시론’ 앞에서 무력해질 것이다.

솔직히 대학 서열화 완화와 대학입시 폐지 등 입시교육에 대한 반성과 대안 없이 학원교육 강화로 이 나라 교육문제가 해결되는가? 더 심각해질 교육 양극화 문제는 어쩔 것인가? 지금도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수능 점수는 수십 점 차이가 난다.

석차로 반 편성하는 길이 열렸다고 한다. 그나마 과거 실패한 과목 수준별 학습이 아니라 더 오래 전 실패한 전과목 석차로 반 편성을 하는 길이 열렸다. 무시험 입학 1세대인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같은 학년 15반 학급 중 3학급을 우수반으로 편성했다가 이듬해 폐지됐다. 국민의 반발이 두려워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지 못한 새 정부가 과거 실패한 정책을 무덤에서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학생들이 과도한 입시노동에 시달리면서 대학 입시를 위해 암기하고 반복적으로 문제푸는 실력은 학력이 아니다. 대부분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찾아보면 정답이 즐비한 정보들이다. 사이비 학력으로 세계화 시대, 한국 경제와 사회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가? 글로벌 인재는 창의력,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 교육은 역주행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교육 경쟁력을 자랑하는 핀란드는 무학년제다. 미국 유수의 미술대학은 학점을 기재하지 않고 통과와 낙제로만 성적을 보여준다.

규제를 철폐한다며 자율과 교육자치를 강조하지만 교육 민주화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진정한 교육자치의 실종에 대한 고민 없이 무턱대고 시·도 교육청과 단위학교에 중앙업무를 기계적으로 넘기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인가? 지난 3월 일제고사 학교 줄세우기 파동을 겪은 바 있다. 그 안전장치는 무언가?

영어 몰입교육만 해도 다시 주워담았지만 그 여파는 동네 미용실에서 서울시내 지하철에까지 불어오고 있다. 동네학원들이 이미 수학을 영어로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문화적 감수성에 의존해 올드 팝송시디를 파는 지하철 행상의 멘트가 바뀌었다. 팝송가사가 영어문장 1750개로 구성되어 영어공부에 좋은 팝송시디라는 것이다. 그러니 더 말해 무엇하랴?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전혀 학습이 안 된 모양이다.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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