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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8 21:23 수정 : 2008.05.08 21:28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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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한 것일까? 협상 결과만 놓고 보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더 길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지금의 한-미 쇠고기 협정은 모두가 실패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우선 광우병의 위험이 크다고 생각되는 미국 쇠고기가 들어오게 되면, 쇠고기가 들어간 모든 식품 소비가 위축될 것이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쇠고기의 소비를 회피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한우를 키우는 농민, 쇠고기를 사용하는 식품업체, 미국의 축산업체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결과다.

서로 협조적인 관계 또는 동맹국들 사이에는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통합적 협상’을 해야 한다.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고 다른 나라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협상을 한다면, 두 나라의 관계에 금이 갈 것은 자명하다.

한국은 완전히 실패한 협상을 하였다.

첫째, 한국 정부는 한국의 소비자, 농민도 협상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간과하였다. 이번 협상은 한국 정부와 미국 무역 대표부만의 합의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 국민들이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왜냐면,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면 그것을 소비해 줄 사람들이고, 건강에 위협을 받을 당사자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이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일방적인 양보, 지나친 양보를 하였다는 것이다. 30개월 이상의 소를 수입하고,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포함된 부위도 수입하고,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때 수입금지를 즉각적으로 발효할 수 있는 권한도 포기했다. 이것들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냈어야 할 마지노선이다. 잘못된 합의를 하는 것보다는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이 더 나은 법이다.

셋째, 한국 정부가 쇠고기의 안전에 대한 통제권이 없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국민들이 수용하기는 힘들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그때 가서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두 나라 협정은 미래에 있을 일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협정문은 지금 바꿔야 한다.

넷째, 협상 시기를 잘못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있었고,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분위기에 휩쓸렸다. 대통령의 방미 전 타협이라는 시간제약에 협상팀이 너무 허무하게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협정상태로는 한국 국민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다. 청와대와 여당은 정국 인식을 너무 안이하게 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국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미국을 설득해서 서로가 윈윈할 수 있도록 협정문을 고쳐야 할 것이다.


미국은 전체의 3%밖에 되지 않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97%나 되는 30개월 이하의 안전한 쇠고기를 수출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지금처럼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위까지 들어온다면 한국의 쇠고기 시장은 위축되고 모든 미국 쇠고기에 대한 불매운동이 지속될 것이다.

반면에 미국이 특정위험물질을 제외하고 30개월 이하의 안전한 쇠고기만 수출한다면, 한국인의 반대가 줄어들고 값이 싸진 쇠고기의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싼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고, 미국의 축산업에도 더 유리한 결과다. 한우는 고급 시장에 치중하면 된다.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 상황이 되는 것이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한국과 미국은 재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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