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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1 21:21 수정 : 2008.05.11 21:21

우수근/상하이 동화대 교수·국제법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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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중국의 최고 지도자로서는 10년 만에 재개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은 ‘따뜻한 봄날의 여행’(暖春之旅)이라는 수식어구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성과를 이루며 막을 내렸다.

일본의 후쿠다 총리는 중국의 국가주석에게 정치·경제 등을 망라하는 전방위 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호혜 관계’를 제안, 공동성명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중·일 양국은 최악의 관계에서 벗어나 전례 없는 밀월관계로 반전하게 되었다.

중일 양국의 이번 정상회담은 비단 두 나라 관계뿐 아니라, 향후 동아시아 역내의 국제질서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미국 일변도의 외교 전략으로 말미암아 급변하는 국제질서의 모퉁이에서 서성거리던 일본이, 이번 회담을 통해 역내에서의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이번의 중-일 정상회담은, 중국 쪽의 결실뿐 아니라 일본 쪽 또한 국제사회에서의 새로운 ‘진보’를 기약하는 계기를 만든 윈-윈 회담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편, 금번 중일 양국의 외교적 성과가 있기에는, 그 이면에 서린 일본외교의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실은 일본 역사 속에서 배태되어 온 일본외교의 한 특징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외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상황 속에서 ‘대세’임이 확연하면, 그에 적극 다가서는 전형적인 ‘상황대처형’ 모습을 들 수 있다. 메이지 시대의 영-일 동맹이나 2차 대전 후의 미-일 동맹 등에서도 알 수 있듯, 국제질서를 지배하는 새로운 패권대국이 등장하면 그들과의 우호관계 형성에 돌입하며 승자 편승이라는 실리를 취해온 것이다. 이후, 대세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 한, 패권대국 위주의 외교정책을 계속하며 안정 속의 실용을 추구한다. 이처럼 일본외교는 대국적 흐름에 대한 ‘과단성’과 더불어 이후의 ‘안정성’, ‘계속성’이라는 특징도 지닌다.

일본외교의 이러한 특징은 냉전 종식이나 9·11 테러라는 국제정치의 격변기에 대처하는 현대의 일본외교에도 그대로 재연되었다. 즉, 9·11 이후의 글로벌 테러리즘에 대한 대처방법에서도 일본은 흔들림 없이 미국을 정점에 둔 외교정책 속에, 미국에 대한 공동 보조 및 지원을 최우선적 외교 과제로 삼아온 것이다. 이러한 일본이 드디어 2차 대전 이후 계속돼온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에 변화를 가하기 시작했다. 금번 중-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패권대국에 대한 일본의 ‘계산’이 마무리되었으며 이제 일본은 ‘파워 시프트’(권력 이동)에 따른 과도기적 외교정책에 돌입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일본외교는 “국익 추구보다는 원활한 대미관계 유지가 최대 목표”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또한 국제 공헌이라는 미명하의 막대한 물적ㆍ인적 지원 등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대한 ‘2중대’일 뿐, ‘일본’이 보이지 않는 외교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일본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도 중국과의 대결에서 거의 완패하다시피 하였다. 이러한 참담한 대가를 치르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21세기의 일본외교에 있어 가장 절실한 국가 목표, 국익의 정립 그리고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도 근간이 되고 있는 20세기의 일본외교에 대한 총체적 성찰이 이뤄지게 되었다.

그런데 당대의 한국은, 일본이 탈피하려 하는 낡은 20세기형 실용외교로 21세기를 대처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또다시 실용외교 측면에서도 일본의 뒷북을 치려 하고 있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우수근/상하이 동화대 교수·국제법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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