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5.29 20:51 수정 : 2008.05.29 20:51

김영한/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기고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의 각종 도덕성 논란과 ‘고소영, 강부자 정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삶의 고단함에 지쳐버린 서민들로부터 ‘묻지마 몰표’를 받았던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직면한 위기국면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되어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와도 다름 아님을 우리는 지난 현대사를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하여, 위기에 처한 대통령을 구출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을 구출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정부와 국가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묻지마 몰표’를 받은 것은, 이명박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즉 생존자체의 위기까지 느껴야 하는 삶의 고단함에 지쳐버린 국민에게 ‘경제회생’의 약속은, 다른 모든 허물들을 덮어버리기에 충분했다. 한편, 집권 석 달 만에, 바로 이 약속이 믿지 못할 약속이 아닌가에 대한 걱정이 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걱정을 ‘괴담과 음모’로 치부하다가, 최근에는 ‘정책홍보’로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위기인식’이 국민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첫째 걱정은, 과연 이명박 정부가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올바로 진단하고, 또 그 해법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우려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 옆에 위치한 개방경제로서의 우리경제의 유일한 살길은, 경쟁국과 차별화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기술경쟁력을 갖추는 길밖에 없음은 최근 세계경제 위기국면에서도 다시금 절박하게 확인된다. 그럼에도 우리 주력산업의 기술수준이 중국에 추월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면서,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이 묘연해지고 있는 위기를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깨닫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이러한 우리경제의 본질적 위기를 파악한다면, 정책목표도 불투명한 가운데, 숱한 사회적·정치적 비용을 수반하는 초대형 토목공사를 국가 어젠더로 내세울 수는 없다. 지금 당장 나서야 할 일은, 우리산업의 국제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술혁신과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유인체계를 마련하고, 기업들의 혁신활동에 불을 붙여야 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회생을 위한 정책노력들이 일관성과 체계성을 갖추지 못할 경우, 오히려 우리경제를 더욱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경제회생 정책으로 내세운 대운하, 추경예산정책 등이 모두 일회성 이벤트처럼 거론되어 우리경제를 더욱 교란시키고 있다. 즉 돈을 풀어, 대규모 토목공사로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장기적인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을 더 약화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시장개방도 우리의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회적 합의도출 노력과 함께, 국외시장 기회 확보가 실질적으로 가능한 상대국과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전략 없이 건수 올리는 식의 무리수가 이번 위기의 원인이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셋째, 모든 정책 노력들의 효과는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전제될 때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정부가 최소한의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노력을 보여줄 때 가능하다. 최근 유가폭등에 따른 서민들의 생존위기는 외면한 채, 부자들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깎아주기 위하여, 농어민과 서민 상대의 세액공제를 철폐하는 등의 정책과오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위기를 교훈으로, 이명박 정부가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경제회생의 정도를 걸어, 몰표를 몰아주었던 우리 국민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생활고에서 벗어난 국민과 인기 있는 대통령이 덕담을 나누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김영한/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