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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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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면 아주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광고하는 반면, 한국 맥도날드는 오스트레일리아산 살코기만 사용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앞으로도 미국산 쇠고기를 쓸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한국 정부 대신에 한국 맥도날드가 미국 대표단과 쇠고기 협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 것 같다. 한국 맥도날드는 한국에서 햄버거를 팔기 위해서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다. 그럼 왜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걸까? 한국 정부도 미국과 협상을 할 때 한국 맥도날드와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한국 정부는 맥도날드처럼 절박함이 없었을까? 한국 국민의 안전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미국 쇠고기 문제의 출발은 지난 대선에서부터 비롯된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소망으로 당선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꼭 타결시키려고 했다. 그 초석으로 쇠고기 문제를 미국에 양보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생명의 안전을 희생하면서까지 경제를 살리라고 한 것은 아니다.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에서도 생존 욕구가 경제적인 욕구보다 더 앞선 것이다. 협상학적으로 설명하면 정부와 국민 사이에는 미국 쇠고기 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두 가지 문제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국 정부는 쇠고기 문제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에 큰 양보를 했다. 반면에 국민들은 쇠고기 안전 문제가 자유무역협정 문제보다 더 우선적이라고 생각하여 촛불시위를 하는 것이다. 즉, 협상 이슈의 중요도 평가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절박함을 갖게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는 쇠고기 문제를 국민의 눈높이 수준에 맞추어서 해결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 등 다른 외교적인 문제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쇠고기 이슈에서 미국에 강한 요구를 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은 부시 대통령에게 협조를 요구한 걸로 족하다. 한편 대통령이 재협상의 부작용을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통령이 재협상이 힘들다고 한다면, 실무자의 행동범위를 너무 제한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잉사가 한국에 F15K를 판매하는 협상을 할 때의 이야기다. 보잉의 최고경영자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많은 부분을 양보하려고 했다. 그 당시 미국의 경기가 좋지 않아, 한국 공군과 협상에 실패하면 몇몇 공장의 가동을 중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걸음 물러서 있고, 각 부서의 책임자들이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성공적인 협상으로 이끌 수 있었다. 지금 이 대통령이 할 일은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즉, 미국 쇠고기 협상을 전적으로 책임질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 그 사람에게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는 전권을 주어, 다른 문제는 전혀 신경을 쓰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도록 문제를 해결하라고 해야 한다. 쇠고기 문제를 책임질 사람은 자유무역협정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곧, 자유무역협정에서 자유로워야 국민의 안전만 생각하는 절박함으로 쇠고기 협상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하나씩 쪼개어 차근차근 해결하려는 접근이 요구되는 때다.권성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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