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7.10 20:24
수정 : 2008.07.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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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우 북한대학원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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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은 핵 신고에 이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1986년 영변 핵시설이 가동된 지 22년 만이고, 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15년 만에 벌어진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을 적성국교역법 제재 대상에서 해제하였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절차에 착수하였다. 북핵이 앞으로 비핵화 3단계인 핵 폐기에 들어선다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한반도 냉전구조에 중대한 현상변경을 불러올 것이다. 북핵은 과연 비핵화 2단계인 핵 불능화와 핵 신고를 무사히 통과해 3단계인 핵 폐기에 진입할 수 있을까?
북한은 2단계 이행조처로 6자 회담 테이블에 핵시설과 플루토늄 핵물질을 신고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협력은 낮은 수준으로 북-미간 비밀문서로 처리했고 핵무기는 신고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의 완전한 신고는 핵능력의 전략적 모호성 포기에 의한 대미 억지력과 강제력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딜레마에서 북한이 완전한 핵신고보다는 제한적인 핵신고를 선택한 결과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수용했다. 이슈를 분리하면서 해결하겠다는 북한식 ‘살라미 전술’을 역활용한 결과이자 플루토늄 관련 부분만이라도 불가역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현실적이면서 단기적인 외교적 성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핵 폐기로 진입하기 위한 초기 조건을 6자 회담 틀 안에서 어떻게 합의하는가에 달려 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플루토늄 핵탄임을 고려할 때, 핵심은 영변에 있는 IRT-2000 연구용 원자로와 5㎿ 원자로에서 지금까지 북한이 획득한 무기급 플루토늄의 총량과 이 중에서 핵무기 제조에 쓰인 사용량에 대한 검증에 달려 있다. 그러나 검증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안보 딜레마를 고수하려는 북한과 임기 말의 외교적 성과를 노리는 부시 행정부 사이에 갈등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과거 남아공과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 사례와 같이 해당 국가의 안보불안 해소가 비핵화의 결정적인 요소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6자 회담에서 북한의 안보불안 해소 방안을 본격 재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올해 미국 대선에서 행정부 교체가 예상됨에 따라 북한으로 하여금 현 부시 행정부와의 협력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핵 및 대북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믿음을 북한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 미 의회가 초당적 차원에서 앞장선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위의 두 방안 모두 마땅히 북한의 비핵화 의무사항과 연계해서 진행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한적인 비핵화는 통일한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북핵 위기의 장기화는 한반도의 운명을 6자 회담의 구조 속으로 침윤시켜 우리의 자율성을 제약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현 정부의 ‘비핵·개방·3000’(선비핵화·후지원)이라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차원에서 ‘비핵화 관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즉, 북한의 비핵화를 설득해야 하고, 우리의 원자력 기술을 활용하여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비핵화 단계에 맞춰 북한 지원과 개발 프로그램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통일한국을 염두에 두면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능가하는 대범한 전략과 대안을 모색할 때이다.
손용우 북한대학원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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