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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7 20:13 수정 : 2009.01.07 20:13

김보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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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경영 불안정 등을 이유로 <와이티엔>(YTN) 재승인을 보류하면서, 그 보류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몇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첫째, 방통위 부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계량화된 심사조차도 하지 않은 점이다. 올해 기준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2007년 방송채널 사용 사업자의 재승인 백서를 보면, 심사항목을 나눠 총 1000점 중 절반이 객관적인 계량화된 수치로 산정하도록 돼 있다. 나머지 비계량화된 수치도 그 평가 내용이 구체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평가항목과 관련이 없는 노조의 투쟁을 주로 문제 삼아 심사를 하지 않고 단순 보류시킨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 서면심사만으로 판단이 불가능했다면 의견 청취라는 절차에 따라 업무 처리를 한 뒤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는 재승인 신청서류로는 사업계획의 이행 가능성을 판단하기 곤란하다고만 했다.

과거 재승인 심사규정에도 서류 검토만으로 심사평가가 곤란한 사항에 대해 의견 청취를 하도록 돼 있고, 과거 방송위는 서류심사만으로 미흡한 경우 의견 청취 및 청문 등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셋째, 심사위는 과거 심사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조건인 ‘대표이사 인사명령 불이행’ 등을 심사기준인 것처럼 모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행정법상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즉, 방송법 재승인 심사규정에도 그런 사항은 없으며, 와이티엔이 3년 전 허가를 받을 때도 노사 문제가 방송허가의 조건이 아니었다. 다른 방송사의 재승인 심사에서도 노사문제가 심사기준이 되었던 적은 없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구현은 매체가 다변화하더라도 결코 변할 수 없는 규제철학의 핵심이다. 언론사 노조는 사주나 경영진에 의하여 왜곡될 수 있는 보도들에 대한 핵심적인 견제장치이기도 하다. 노조는 또한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는 현실적인 장치다.

방송사업 재승인 제도는 그 자체로도 법률적 문제가 있다. 고용승계 등 재승인 취소 이후 불거질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후속 절차가 법제화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경인방송이 방송위원회로부터 재허가 추천 거부 처분을 받았을 때 고용승계, 주식승계 등의 후속 절차에 대한 명시적 법 규정이 없어 방송 종사자나 시청자들이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여러 해 서비스를 하던 방송사를 일순간 문을 닫게 하는 재승인 거부는 방송 사업자나 방송 소비자에게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재승인 거부와 같은 조처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에서 재승인을 문제 삼아 방송사 허가가 취소된 사례는 1960년대 인종차별 보도로 말미암은 경우뿐이었으며, 그 뒤에는 대부분 방송사 허가권이 사실상 자동 갱신되고 있다.


오늘날 방송규제 원리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나라마다 역사적 교훈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방송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던 어두운 시대를 겪은 우리나라는 방송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뼈아픈 역사적 배움을 얻었다. 매체가 아무리 바뀌어도 이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와이티엔 재승인 보류가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방통위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원칙에 따른 재승인 심사를 해야 한다.

김보라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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