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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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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기가 물을 만났다는 비유는 국토해양부와 이명박 정부를 두고 한 표현이라면 지나친 걸까. 3월부터 착공하는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성이 비용은 가려지고 편익은 부풀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국토해양부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누구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인지 혼란스럽다. 공무원들이 자료 조작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경인운하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오직 대통령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지난 정부 때부터 국토해양부는 타당성이 없는 토목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공익보다 건설업계의 이익을 우선하는 관행이 건설친화적 정부의 출범으로 순풍에 돛을 달게 된 것뿐이다. 국토해양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와 야당의원들은 지역구 개발 때문에 오히려 눈치 보기에 바쁘다. 건설회사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고삐를 죄는 일은 시민사회의 몫이다.10년 전 동강댐 건설문제로 환경부와 대립했을 때 국무조정실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는 환경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수도권 용수부족 문제는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댐들의 통합 운영으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그러나 홍수조절용 댐이라도 건설해야 한다고 고집하며 시간을 끌어 환경부를 힘들게 했다. 5년 전 한탄강댐 건설이 문제가 됐을 때는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이 제방의 홍수 조절 효과 등 각종 자료를 조작한 적도 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임진강유역 홍수대책 특별위원회에서는 한탄강댐의 규모를 저수용량 1.27억톤으로 의결한 후, 실제 설계는 2.7억톤으로 확대하는 속임수도 마다지 않았다.
경인운하는 1987년 홍수 피해를 계기로 92년 착공한 너비 40m 방수로 사업이 출발점이다. 이것이 80m로 두 배나 늘어난 것은 굴포천 방수로가 경인운하로 바뀌면서부터다. 99년에 현대건설 등 7개 회사들이 경인운하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국토해양부 안에 경인운하과가 신설되면서 경인운하 사업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로 한국개발연구원이 사업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감사원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에서도 경인운하 계획을 백지화하고 방수로 사업만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를 끌어들여 ‘굴포천유역 지속가능 발전협의회’를 만들고 방수로 너비를 80m로 확대하여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공동으로 조사하여 3분의 2의 찬성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던 애초 합의서는 국토해양부의 파기로 휴짓조각이 돼 버렸다.
국토해양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동강댐과 한탄강댐에서 4대강 정비와 경인운하에 이르기까지 분열과 갈등을 야기한 대규모 사업들의 공통점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정비로 바뀐 것은 건설회사가 하려던 일을 정부 예산으로 추진하기 위한 녹색 포장이 아닌가? 경인운하 사업의 주체가 한국수자원공사로 바뀐 것도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민간 기업의 수익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 공공사업을 위해서도 같은 돈이면 더 큰 효과를 거두는 사업에 쓰는 것이 경제성이다. 국토해양부는 경제성이 없는 경인운하를 착공하기 전에 이 사업의 도덕성을 국민들이 신뢰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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