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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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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연말의 고용동향에서 심상찮은 조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록 정부의 공식 통계상으로 지난해 12월말 실업률이 3.3%(78.7만명)에 그치고 있기는 하지만,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1만2천명(-0.1%)이 줄어 이미 고용위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또한, 구직단념자·취업준비생·불완전취업자 등을 포함하여 준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300만명을 훌쩍 넘어 체감 실업률이 12%에 육박하고 있으며, 실업급여의 신청자 수가 9.3만명으로 전년대비 무려 84.3% 증가하였다. 설상가상으로 1월말~2월초 조선·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2월말에 대학에서 40만여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올 경우 1999년 초에 겪었던 실업대란이 올 상반기에 재연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렇듯 경제위기와 더불어 실업대란이 현실화함에 따라 정부는 지난 연말부터 다양한 대응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지난 12월 노동부는 2009년 업무계획으로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노사관계 대책’의 일환으로 5조4천여억원을 투입하여 174만명의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다른 부처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계획을 발표하였다. 올 1월6일에는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한 9대 핵심사업 영역에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입하여 95만6천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녹색뉴딜’의 중장기 사업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실업대책을 꼼꼼하게 따져보면 실로 ‘문제투성’이라는 점을 손쉽게 확인하게 된다. 우선, 지난 한 달 동안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 대책을 살펴보면 2009년에만 부처별 사업계획과 녹색뉴딜 사업, 그리고 청년실업 대책으로 70여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제불황 국면에 오히려 0%대의 실업률을 달성하겠다는 과잉의욕의 비현실적인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정부 부처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실업대책을 마련하여 고용창출 목표를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다른 문제점으로서 현정부의 실업대책은 그 실행의 효과성이 매우 의심스럽다. 대표적 예로서 녹색뉴딜 정책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업과제들이 건설토목 공사에 치중하여 국민적 수요가 높은 사회공공 서비스 부문에 비해 3분의 2 수준의 낮은 취업유발 계수를 보여 그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만들어진 일자리도 95.7%가 단순생산 노무직에 해당되어 고학력 청년들의 심각한 실업문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는 녹색뉴딜 사업의 추진을 위한 재원확보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60~70년대의 토목공사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패러다임과 고용구조를 크게 후퇴시키는 것으로 비판되고 있기도 한다. 또한, 현정부의 실업대책은 엇박자로 추진되고 있다.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현시점에 정부는 공공부문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여 좋은 일자리의 10∼15%를 축소하는 한편, 청년실업 대책의 일환으로서 ‘알바’ 수준의 실속 없는 인턴제 시행을 ‘땜방’식 미봉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는 부자와 기업을 위해 모두 20조원에 상당하는 감세정책을 강행하면서 실업문제를 핑계삼아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의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취약 노동계층의 고용지위와 생계소득을 더욱 낮추려 하는,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실업대책을 펼치고 있다.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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