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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1 20:14 수정 : 2009.02.11 20:21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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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창녕 화왕산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관공서가 주관한 행사에서 어이없는 참극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의 본질은 창녕군청 공무원들과 소방 공무원들의 산불에 대한 무지였다. 만약 현장에 있었던 20여 소방 공무원을 포함하여 수십명의 창녕군청 공무원들 중에 산불의 기초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상주했던 100명이 넘는 행사주관 공무원과 안전요원들은 산불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소방공무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해발 750m가 넘는 산지에서 초속 4m의 강풍이 불때 불을 댕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던 것이다. 건국 이래 최대 산불이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삼척 가곡천에는 진화에 나선 인력과 장비가 총출동하여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런데 산불은 1㎞를 사뿐히 넘어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허탈하다 못해 경악했다. 산불진화에서 방화선은 10년 전에 이미 폐기된 대책이다. 그런데도 창녕군과 소방당국은 방화선을 믿고 무모한 행사를 감행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바로 일선에서 국가적 재난까지 연결되는 산불을 예방하고 진화하는 주역이라는 점이다.

산불은 바람을 너무 좋아한다. 억새나 소나무처럼 불에 잘 타는 수목들은 마른 날이면 그 자체가 휘발유나 다름없다. 이런 산림에 강한 바람이 불때, 불씨가 손톱만큼이라도 튀면 그곳은 적벽대전을 능가하는 아수라장이 된다. 바람이 키워주는 산불 앞에는 초특급 헬기 등 진화장비도 역부족이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하다. 산불경계 기간에 마른 산지에 바람이 불 때는 평소보다 몇 배, 몇십 배 예방 역량을 일선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드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할 일이 아니다. 일단 산불이 나면 예방 비용의 수천 배에서 수만 배를 넘는 재산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까지 단숨에 잿더미로 만든다. 오스트레일리아가 그것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년 집권 초기 때 정부는 산불 방재 기능의 이관을 검토했다. 산림청에서 소방방재청으로 옮겨 재난업무를 일원화하자는 것이었다. 다행히 실현되지 않았지만, 내세운 논리는 그럴듯했다. 만약 그렇게 되었으면 산불로 비롯된 상상하기 싫은 여러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소방당국의 산불에 대한 무지, 산림에 대한 몰이해를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에서 보여준 것이 바로 화왕산 참사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에서 수사를 한다지만 일차 책임은 소방당국의 직무유기다. 모두가 불을 댕기자고 해도 현장에 있었던 20명의 소방 공무원은 막아야 했다. 적어도 ‘불’과 관련된 위험 예방과 진화 책임은 소방당국부터다. 그런데 초속 4m가 넘는 바람 앞에서 불을 놓으려 할 때 소방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산불을 몰랐다는 것으로는 면책이 되지 않는다.

‘무지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번 창녕 사건은 소방 공무원과 지자체 공무원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참사다. 산불은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예산과 장비를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산불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가 예방의 첫걸음이다. 지금 온나라가 가뭄으로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다. 티끌만 한 불씨 하나가 태산을 삼켜버릴 수도 있는 여건이다.

우리나라는 산지가 국토의 65%나 된다. 주요 도시도 산을 끼고 있으며, 시민들의 생활공간과 산지가 너무 가깝다. 산불이 재난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안고 사는 것이다. 화왕산의 교훈을 일회성 사건으로 넘기지 말고 산불의 대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부부터 명심해야 한다.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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