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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2 18:50 수정 : 2009.02.12 20:25

송호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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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에 나온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제목의 책은 법률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현대의 법이 텔레비전 쇼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주제가 되고, 모든 논쟁의 최종 수단이고 궁극적인 결정자가 된 지금, 이 위험천만한 법의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법은 모든 사회현상을 권리와 의무만으로 구분되는 계약관계로 단순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복잡한 인생과 분쟁 중 권리, 의무 이외의 것을 모두 ‘무시’하는 것이 법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법의 무지’는 곧 법 자체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법원의 판결을 대부분의 원고도 피고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심지어는 법률가들도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래서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가 ‘법의 무지’에 대해 완전 무지하다는 생각이다. 아니라면 그의 발언은 법의 속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국정원이 정치정보를 대놓고 수집해야 하는 이유가 올바른 정책결정과 체제전복 세력의 정치권 침투 방지에 있다고? 이 말을 뒤집으면 국정원이 수집해서 제공하지 않는 정치정보로는 올바른 정책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생략된 표현을 복구하면 ‘여당 이외의 모든’ 정치세력은 체제전복 세력이 돼버린다. 원 후보에게서 이빨을 뿌드득 갈며 다시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소름 돋는 옹고집을 본다면 과민한 걸까.

국정원이 다양한 색깔의 정보를 수집 제공하지 않고, 특정한 색깔만을 공급할 거라는 정당한 의혹이 원 후보 때문에 더 강해진다. 그렇게 만든 정책은 여당에만 올바를 것이다. 정보를 국내, 국외로 나누기가 어려우니 모든 정보를 다 수집해야 한다고? 그러나 문제는 국내, 국외라는 정보의 성격이 아니라 그 수집 방법과 수집 주체이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는 힘이고 권력이다. 그 모든 정보를 국정원이 독점하게 되면 모든 권력기관이 국정원 아래 엎드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논리 비약이 아닌 이유는 국정원이 정부 정책의 ‘통합 조정자’ 구실을 해야 한다는 원 후보 자신의 말에서 확인된다.

원 후보의 위험천만한 생각이 극에 달한 것은 국정원법, 테러방지법 개정 관련 발언이다. 법률상 불일치로 국정원 업무 수행이 매우 어려우니 이번에 그 불일치를 고쳐야 한다고? 그럼 정치정보 수집과 같은 ‘법률상 불일치’한 업무를 지금껏 수행해 왔다는 건가. ‘안기부 엑스파일’을 지금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런 시도는 계속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국정원법이 정치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기 위함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국가 정책의 내용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신속하고 효과적인 집행만을 추구한다면 헌법상 삼권분립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 대통령 혼자 법 만들고 재판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면 그것보다 더 신속하고 일관되며 효과적인 것이 어디 있겠나. 우리 헌법 기초자들이 입법, 사법, 행정권을 분리한 것은 권력이 하나의 기관에 집중될 때 그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지 권력 집중의 효율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국정원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바로 ‘법률상의 불일치’를 낳았다.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 나아가 법은 자신이 가진 힘이 어떻게 행사되고 사회를 어떻게 구렁텅이로 몰아갈지도 모른다. 그런 법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 제발 법의 속성이나 알고 법 개정을 얘기해 달라.

송호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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