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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7.09 20:29 수정 : 2009.07.09 20:29

줄리안 코랍-카르포비치 경희대 교수·정치학

냉전이 가장 격심했던 시기, 미국의 사상은 정치적 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독일 출신의 미국 국제정치학자인 한스 모르겐타우 같은 현실주의자들은 정치 지도자와 외교관은 국제적으로 대립관계가 형성될 만한 토론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가르쳤다.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논하기보다는 공동의 관심사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바로 이 사상이 전세계를 핵전쟁으로부터 구했다.

1980년대, 국제관계 학문 연구에 변화가 생긴다. 새로운 이론이 도입되었다. 한스 모르겐타우의 정치적 현실주의가 케네스 월츠(미 컬럼비아대 교수)의 신사실주의로 대체되었다. 이 이론은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으로부터 나온 철학적인 사고의 영향도 받았다. 이로 인해 미국은 그들의 정치적 현실주의를 잃었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외교관들의 전문적인 근성을 쇠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정치적 현실주의를 부식시키는 또다른 요소로는 미국의 아들 부시 행정부 구성원 사이의 신념이었다. 이들은 미국이 천하의 절대권력이 되었고 원하는 모든 것을 지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강한 파워(군사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약한 파워(권리)는 무시되었다. 정치적 현실주의는 힘의 현실 정책이 대신하였다.

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은 부시 행정부의 결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실제로 현재 미 행정부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더욱 다각적인 대외정책을 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가정과 이명박 대통령의 설득에 의해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힘의 정책’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의 결과가 무엇인지가 의문이다. 오직 눈에 보이는 결과로는 지역적 긴장과 전쟁 가능성의 확대이다.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남한과 미국과의 강한 동맹관계가 북한으로 하여금 모든 결정에 있어서 두 번 생각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적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 사람들의 행동과 남한 사람들의 안전책에 대한 이러한 가정들은 안이한 생각의 보기에 불과하다.

다른 쪽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남과 북은 현재 대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반면에 그들은 공공연하게 모욕을 주고 서로에게 소리를 지른다. 남과 북은 본인들이 상대방보다 더 도덕적이며 이념에서도 더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60년 동안 대립 단계에 있는 그들은 시간의 흐름과 접촉이 끊긴 두 마리의 공룡과 같다. 그들은 국제 공동체 회원들과의 의견 불일치를 보이며 자신들을 석기 시대로 끌고 가고 있다. 그들은 그들 자신들뿐만 아니라 전체 문명세계까지도 극심하게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남한은 미국 없이는 그들의 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 미국은 정치적 현실주의를 재발견하고 강인한 제재와 결단 대신 다른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중국의 도움으로, 남과 북의 외교관들이 한자리에 앉아 그들의 공통 관심사인 평화에 대해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도록 해야 한다. 남과 북은 성급한 통일 열망을 버리고 서로를 독립적인 체제로 인식하고 정상적인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 서로를 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대하여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북의 핵·미사일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이는 북한의 불안전성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제재와 위협이 지속된다면 남과 북 사이에 재앙이 될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줄리안 코랍-카르포비치 경희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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