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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06 22:38 수정 : 2009.08.06 22:38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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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4대강 개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100% 입학사정관제 혼란’ 등 이명박 정권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정책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특징은, ‘조급증에 기반한 포퓰리즘’이다. 모두 다 ‘남이 보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려는 자세와는 반대의 접근, 즉 ‘가장 쉽게, 가시적으로 표가 날 수 있는 정책’들만을 좇다가 나온 결과들임은 누가 보아도 분명하다. 우리 현대사에서 최대의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이 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인가?

모두가, 더디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보다는 가시적이고도 단기적인 결과에 집착하는 조급증 때문에 초래된 과오로 보인다. 스스로 ‘경제대통령’으로 자처하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본질적 해법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청계천 토목사업의 확대재생산만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취임 초기부터 몰아닥친 촛불시위와 그 이후의 정국주도권 상실이 ‘강부자 정권’의 ‘반서민 정책’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사실과, 또 <문화방송> 길들이기만으로 정국 주도권 회복이 가능하지 않음을 깨닫고 있었다면, 최근의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라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서민의 절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할수록 더욱 빈곤해지는 저소득층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임을 깨달았다면, ‘밤 10시 이후의 과외교습을 금지하여, 주말로 옮겨놓고, 느닷없이 100%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다는 설익은 발표로 학부모들을 더욱 혼란시키며, 입학사정관 대비 학원들을 육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가 지난 시기보다 훨씬 길다. 아직 3년이 넘는 세월이 남아 있다. 시행착오를 교정하기에 충분한 세월이다. 하지만 남은 세월 동안 똑같은 ‘조급증 포퓰리즘’ 정책들이 반복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시키는 길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즉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더디더라도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함과 진솔함을 보이는 것이다. 즉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법 문제 등도 꼼수가 아니라 정도(正道)로 해결해야 한다. 즉 직장에서의 해고가 가족 전체의 생존 위기로 귀결되지 않도록, 재취업 지원 및 재취업 기간 동안 최저생계를 보장해주는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최우선과제이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과 기술력 확보를 위한 획기적 투자와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때, 경제회복은 당연히 이루어지는 결과이다. 또한 체계적이면서도 생산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꾸준한 ‘친서민 정책’이 전개될 때, 국민들의 지지와 정국 주도권 회복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대통령이 믿고 있는 그리스도의 사도인 베드로는 “주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또 천년이 하루 같은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고 하였다. 즉 ‘신령함과 진정함’으로 국민을 섬기려 할 때는 지금까지의 모든 ‘조급증 포퓰리즘’이 아니라 ‘서민들의 절망을 원천적으로 걷어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우리 경제의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혁신투자와 제도개선’을 위한, 더디더라도 본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노력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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