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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6 21:16 수정 : 2009.08.26 21:16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유엔환경계획(UNEP)은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주창하면서 지난해 녹색경제전략(GEI)을 출범시켰다. 올해 3월 녹색경제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후속 작업으로 각국의 녹색정책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한국이 이 보고서의 첫 대상국으로 선정되었는데,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채택했다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최종보고서는 내년에 발간할 계획인데 지난 20일 중간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중간보고서에서 유엔환경계획은 한국을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모범국가로 치켜세웠다. 보고서 발표 이후 한국의 녹색성장이, 특히 녹색성장의 근간이 되는 4대강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았다며 4대강 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중간보고서를 검토해보면 오히려 유엔환경계획이란 기구의 실체에 의구심이 생길 뿐이다. 유엔환경계획이 진정으로 지구환경을 감시하여 보전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기구인지, 한 나라의 정책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할 능력이 있는 기구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유엔환경계획 중간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단지 한국 정부가 녹색성장사업이라 이름 붙인 사업들에 투자할 엄청난 예산을 근거로 선도적인 모범사례라고 평가하고 있을 뿐 이들 사업이 왜 녹색인지, 어떻게 성장에 기여하는지 구체적인 평가와 분석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유엔환경계획이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기 전 생태지평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함께 보고서 작성 실무를 맡은 유엔환경계획 담당자와 집필을 맡은 ‘물 환경과 건강을 위한 제네바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사회적·환경적 맥락을 알지 못한 채 한국 정부가 제공한 자료에 근거해서 녹색성장 전략을 파악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국에서 녹색성장의 주축인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는지, 왜 무엇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왜 보와 준설이 문제가 되는지, 4대강 사업을 통해 창출하겠다는 일자리가 왜 한국 사회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지, 4대강 사업을 위한 집중적인 예산배정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등에 대해 아는 바도 들은 바도 없었다. 실무진을 만난 우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와 학계의 우려를 충분히 설명하였다. 보고서에는 보고서 발표 전 한국에서 여러 기구의 관계자들을 만나 조언과 도움을 얻었으며, 이 기구들에는 생태지평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발표된 중간보고서에는 우리가 제기한 쟁점과 논란에 대해 조언한 부분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유엔환경계획의 중간보고서는 4대강 사업만이 아니라 폐기물, 원자력,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에서 지속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을 모범사례로 선전하여 다른 많은 나라들에 한국 전략을 반복하도록 권유함으로써 오히려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또한 정부 자료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그간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녹색도 성장도 아닌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전략의 문제점을 제기해온 다수 국민과 연구자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운하반대국민행동 등의 지난한 노력을 모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유엔환경계획이 그간 쌓아온 명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면서 유엔환경계획이란 기구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해야 할 필요를 보여줄 뿐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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