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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7 21:16 수정 : 2009.08.27 21:16

랜돌프 T. 헤스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저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관건축·환경계획학부의 교수로 최근 한국을 방문하여 인천의 송도갯벌이 광범위하게 훼손된 현장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전세계의 과학자들은 인천의 갯벌이 다양한 종(種)들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조사로 송도갯벌이 세계의 습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는 것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람사르협약의 기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의 연구가 저어새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합니다만, 다른 과학자들은 적호갈매기와 노랑부리백로 역시 이곳의 간척사업으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검은머리갈매기, 흑꼬리도요, 청다리도요는 송도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많은 멸종 위험 종 가운데 일부입니다.

갯벌이 매립되면 새들은 좁은 곳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한 과밀현상은 보튤리즘(조류에 치명적인 미생물)이나 다른 질병의 창궐 가능성을 높일 것입니다. 선진국들은 람사르협약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갯벌을 큰 축복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갯벌 매립을 허가하고 있다는 사실과 심지어 이것을 친환경적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이미 인천 갯벌의 대부분을 파괴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래포구 근처에 약 1000㏊의 송도갯벌이 아직 남아 있고 저어새가 바로 그 근처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천시와 한국 정부가 이 지역의 갯벌 매립을 중단하고 마지막 송도갯벌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보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이 지역의 대부분은 개발을 위해 매립하고 일부만을 야생서식지로 남겨두자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송도갯벌 매립은 작년 람사르총회에서 한국 정부가 밝힌 습지보전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송도갯벌은 야생조류 서식지로서나 인천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만약 매립사업이 계속된다면 저는 이 사실을 국제적으로 알릴 것입니다. 저는 이미 환경파괴를 감추기 위해 친환경이라는 용어들을 부정직하게 사용하는 한국의 태도를 잘 알고 있습니다. ‘친환경’ 선언은 습지 파괴를 감추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합니다.

미국에서 습지 매립은 이미 30년 전에 중단되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하나의 습지를 매립하고자 하면 그 2배의 대체습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설령 그렇더라도 몇몇 연구에서는 새로 조성된 습지가 사라진 습지를 대신하기에는 수많은 세월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천시가 송도갯벌 매립계획에서 사용하는 저감(낮추어 줄임)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국제적인 사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습지 파괴는 선진국들 중에서 최악입니다. 인천시가 이러한 사기에 기초하여 경제자유구역을 개발한다면 미국의 대학들은 인천에 캠퍼스를 짓는 일을 다시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인천시가 갯벌 매립을 중단하고 저어새 등 멸종위기의 생명들을 위해 갯벌 보전을 결정한다면 언제든지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갯벌은 발전의 장애물이 아니라 진정한 녹색도시를 위한 공간이며 지역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자연체험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천시의 신중한 결정을 기대하며 마지막 갯벌에 대한 인천시의 계획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랜돌프 T. 헤스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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