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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05 20:47 수정 : 2010.01.06 14:53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요즘 <한국방송>(KBS)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헛웃음이 나온다. 한국방송은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를 받아서 방송국을 운영하고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국이다. 방송국 운영자금의 많은 부분을 시청자인 국민들이 직접 내는 그야말로 국민이 주인인 방송국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방송은 누가 방송국의 주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권력에 대한 감시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방송국의 주인인 시청자들의 요구에는 관심이 없고 정부의 눈치만 살피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지난 11월 한국방송 이사회는 한국방송 구성원들과 언론,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 참모를 사장으로 뽑았다. 사장에 취임한 김인규씨는 한국방송을 일본의 <엔에이치케이>(NHK)처럼 자기 색깔이 없는 무색무취한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사장의 이러한 계획이 발표되자, 보수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김 사장의 계획을 지지하면서 수신료 인상을 부추기고 나섰다.

김씨가 사장으로 낙점된 다음날인 지난 11월20일치 지면에서 <조선일보>는 “수신료보다 광고에 더 의존하는 한국방송의 재원 구조는 해외 공영방송과는 거리가 멀다”며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도 “한국방송이 영국 <비비시>(BBC)나 일본 엔에이치케이에 필적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신료 현실화가 시급한 현안”이라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나아가, <중앙일보>는 2009년 12월15일 사설을 통해 “김 사장의 다짐이 그대로만 실천이 된다면 국민도 기꺼이 호주머니를 털어 수신료를 올려줄 것”이라며 김 사장의 계획 발표와 함께 수신료 인상이 마치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처럼 주장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다. 국민들은 한국방송이 수신료 인상을 논하기 전에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사명과 역할인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불편부당한 공정한 방송을 만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국민들이 기꺼이 수신료를 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 수 있는 공정하고 공영성 높은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의 공영방송인 <피비에스>(PBS)는 수신료 없이 후원자들과 시청자들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주일 평균 약 6000만명이 시청하고 있는 피비에스는 미국 국민들로부터 가장 공정한 방송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많은 시청자들은 단지 피비에스 프로그램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피비에스에 후원금을 내고 있다. 미국의 공영방송 피비에스처럼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싶은 방송을 만드는 것이 한국방송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왜 보수신문들은 갑자기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을 노골적으로 거들고 나선 것일까? 보수신문사들의 이러한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 지지 행보는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준비중인 보수언론사들이 방송사업 진출 초기 살아남기 위해 포화 상태에 달한 광고시장에서 광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방송이 수신료 인상을 통해 한국방송 2채널의 광고를 폐지하거나 줄일 경우 그동안 2채널에 광고를 했던 광고 물량이 종합편성채널로 자리를 옮길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이 보수신문사들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종합편성채널의 생존과 연관되면서 보수신문사들의 김 사장 띄우기가 본격화했고, 이들의 밀월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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