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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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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표현 및 사상의 자유의 헌법적 보장은 단지 국가의 사적 표현에 대한 침입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가가 시혜를 베풀 때에도 중립성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중립성이란 국가가 국가와 견해를 달리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를 “견해차에 따른 차별” 금지 원리로 확립하였고, 우리나라 헌법에는 공무원의 중립성 조항이 국가에 비판적인 국민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원리는 검찰과 같이 침익적 행위를 하는 기관이 선별적 기소나 표적수사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규칙 또는 방송통신심의위가 국가에 비판적인 방송내용만을 징계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는 규칙을 넘어선다. 국가가 매우 넓은 재량을 가진 수익적 행정행위를 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되며 국가 고유의 공공사업을 시행할 때에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국가가 국립극장을 운영할 때 극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넓은 재량이 인정되어 공연자들을 공연내용에 따라 사전에 결정하는 일종의 사전검열을 시행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이 넓은 재량이 허용되는 분야에서조차 국가는 중립성만큼은 지켜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4대강 지지 공연이나 세종시 수정 지지 공연 등만을 무대에 올려서는 아니 된다. 중립성은 국가의 재량이 최대한 허용되는 분야에서도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인 것이다.
국가가 자신의 견해만을 홍보하는 데 국민의 혈세를 남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억압하는 것만큼이나 심각한 사상통제이다. 기획재정부가 2010년 예산집행 지침을 통해 ‘불법집회 참가’ 단체에 대한 예산집행을 제한하도록 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개인 및 단체들에 대한 차별을 조직화한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영산강 살리기 사업’ 기공식의 중계방송은 허용하면서 4대강 사업의 예산과 삭감된 민생예산을 비교한 피디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 편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는 것만큼이나 위협적이다. 현재 경찰이나 지자체가 편파적으로 집회의 금지나 불허를 남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비판적 집회는 불법집회가 되기 십상이다. 다른 불법은 눈감아줘도 집회 참여는 배제 사유가 된다. 정부비판 집회에 가면 생활보조금도 끊겠다는 것인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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