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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28 22:54 수정 : 2010.04.29 13:38

방준식 영산대 법학 교수





전교조 교사의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정치적 결단’이라며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이번 명단 공개는 정보 주체인 전교조 교사들의 처지에서 보면, 교사들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 정치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 의원은 전교조 교사의 정치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알권리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학부모의 알권리는 학생의 교육과 학습에 관련된 사항에 한하여 인정되는 권리이다. 전교조 교사에 대한 알권리는 교사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까지 우선적으로 보호될 권리는 아니다. 알권리라는 것은 다른 권리의 보호를 위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는 권리이고,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및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바탕을 둔 프라이버시권은 적극적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교조 교사의 정치활동은 실정법규(교원의 노동조합법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999년 제정)를 통해 금지해서 해결할 사항(제3조)이지, 의원 개인의 정치적인 결단으로 해결할 사항은 아니다.

서울남부지법은 공개대상의 범위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명단이 공개되면 전교조 교사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하여 공개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더 나아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하루 30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내도록 다시 결정했다.

조 의원은 전교조 명단 공개는 국회의원의 직무행위라며, 법원의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결정은 법원의 월권행위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조 의원은 명단 공개 이전에 월권 여부를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교조 명단 공개가 국회의원의 직무인지, 법원의 가처분 결정 대상인지는 차치해도 이미 결정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무시하고 명단 공개를 계속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실천해야 할 입법자로서의 자세는 아니다.

국회 내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해 개인정보의 공개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의원 개인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것도 문제가 있다. 우리 헌법 제45조에서 국회의원에게 보장한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주어지는 것이다.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것까지 면책된다고 볼 수 없다.

개인정보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 즉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관련한 미국의 프라이버시법,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유럽연합(EU) 입법지침 내지 일본의 통산성 가이드라인 등을 보더라도 개인정보의 공개는 반드시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의 공개는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장은 개인정보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 즉, 공공기관의 장은 사상이나 신조 등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도 개인정보 공개 금지에 관한 이 법률의 취지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은 노동조합을 불이익하게 취급하는 것을 형사처벌규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런 처벌규정까지 둔 이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는 약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가 있어서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는 보호받아야 할 노조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었다고 본다. 아무리 전교조가 그동안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존립 필요성까지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방준식/영산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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