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6.29 20:38
수정 : 2010.06.2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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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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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이 결국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로까지 이어졌다. 보수신문의 논객까지 나서서 대통령과 정부는 수정안을 접고 원안을 대승적으로 살려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것은 상식이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일부 수정론자들은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상임위에서 부결된 수정안을 본회의까지 끌고 갔다. 또한 원안대로 가면 ‘+알파’가 없어 세종시는 유령도시가 되어 국가적 재앙만 초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뜬 일부 보수언론들은 수도 분할, 행정 비효율성, 통일과의 역행 등 같은 8년 전 반대 주장을 또 되풀이하고 있다.
이쯤 되면 수정론자들의 주장은 스토커 수준이다. 수정론자들은 원안을 노무현 포퓰리즘의 소산물이라고 헐뜯어왔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내세우는 수정안이 정파적 포퓰리즘에 갇혀 있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자는 주장은 그들식 역사인식이고, 그들식 포퓰리즘에 갇힌 모습이다. 노무현 포퓰리즘의 해악을 외치면서, 그들식 포퓰리즘을 반영한 수정안의 무리한 추진이 끼친 해악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말을 바꿈으로써 생긴 신뢰의 상실, 수정을 둘러싼 국민적 갈등이 낳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 세종시 사업 추진 지연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 해악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
수정론자들은 여전히 원안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근거로 수정안의 우월성을 외치고 있다. 수정안이 부결되면 각종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는 개정법안들이 덩달아 부결되어 ‘+알파’를 줄 수 없다는 주장이 비근한 예다. 원안과 수정안의 차이는 원형지 공급이나 세제혜택의 제공과 같은 실행수단의 여부가 아니라 9부2처2청을 옮기느냐 마냐의 차이다. 즉 행정중심복합도시냐, 경제중심교육과학도시냐의 차이다. 수정안의 ‘+알파’란 ‘혜택’은 기본적으로 후자를 위한 것이어서 수정안이 부결되면 당연히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대도 수정안이 부결되면 유인책이 없어 세종시가 유령도시가 될 것이라는 그들식 세종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세종시 건설은 국가 중추 행정기능을 옮겨 수도의 집중을 덜고, 나아가 이를 중심으로 국토 중심부에 새로운 다기능 복합 거점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정부가 마련한 세종시 원안은 2030년까지 추진되어야 할 기본 및 개발계획에 관한 것으로 장기계획의 특성상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고 있지 않다. 도시기본계획은 20년 장기목표와 전략을 담고 있다면, 그 집행을 위한 도시관리계획은 5년마다 새롭게 작성된다. 마찬가지로 장기목표와 비전격인 원안의 집행을 위한 ‘+알파’를 마련하는 것은 현 정부를 포함한 다음 정부의 몫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 역할을 방기한 채 수도 분할 등 그들식 포퓰리즘을 내세워 세종시와 무관한 ‘경제중심교육과학도시’를 위한 ‘+알파’를 만드는 데 생색을 냈다.
수정안의 부결은 ‘행정을 중심으로 복합도시’를 건설하는 원안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원안+알파’도 이에 맞게 새로 짜야 한다. 원안의 몸통인 ‘행정중심’을 달성하도록 9부2처2청을 우선 제대로 이전시키고, 나아가 자족기능을 포함한 ‘다기능 복합기능’의 구현을 돕는 ‘알파’를 마련해야 한다. 원안에서 1단계는 정부 행정기관을 이전시켜 신뢰자본을 먼저 형성하는 것이고, 자족기능의 확충은 2단계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원안에 제시된 국가행정, 도시행정, 첨단지식기반, 대학연구, 의료복지 등의 ‘행정중심복합도시’의 6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토지공급, 자본유치, 인력유치, 세제혜택 등의 실행방안은 지금부터 하나하나 강구해가야 한다. 관련법의 제·개정도 해야 하고 범국민적 추진을 위한 틀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원안+알파’의 진실은 이러한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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