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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29 21:15 수정 : 2010.08.29 21:15

송민순 국회의원 전 외교통상부 장관

“외교”란 정해진 공식과 일정에 따라 부품을 교환하는 기계공의 일이 아니라, 변화하는 날씨와 토양에 맞추어 작물을 가꾸는 원예사의 일과 같다. 이념이 팽배했던 냉전시대에도 실용외교를 주장하며 미국 외교의 뼈대를 갖춘 조지 케넌의 말이다. 작금의 상황을 원예사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분단 이후 한반도라는 토양이 척박해진 가장 큰 원인은 핵무기를 만들고, 인권을 탄압하고, 세습체제에 매달리는 북한 정권에 있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하고만 있다면 평화, 번영, 통일이라는 작물은 수확할 수 없다.

한반도 환경은 지난 수년간 6자회담의 붕괴와 북한 핵능력의 증가, 천안함 사건으로 상징되는 남북관계의 극심한 대결, 미·중이 직접 동원된 동북아 군사대치 격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날씨를 좀 멀리 내다보게 하는 신호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정일의 이례적 방중과 북한 내부 정세 변화, 북한의 대규모 수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미국의 대북 인도지원 동향, 우리 내부의 식량지원 논의 등이다. 중요한 배경이 되는 미-중 관계를 포함하여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상당기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문제에 최우선을 둘 수밖에 없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여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면서도, 지속적 대북 강경노선이 초래하는 부작용, 특히 한국민들의 반응을 유의하고 있다. 수해를 계기로 비정부기구(NGO)를 통한 대북 인도지원을 거론하는 것은 11월 중간선거 이후의 정책 여지를 시사한다.

중국에게는 동북아의 안정이 대외정책의 최우선이다. 북핵문제 해결과 지역정세를 관리하는 도구로서 6자회담의 유용성 때문에 중국은 회담 재개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미국은 이란·아프간 등 중동문제를 위해, 중국은 동북아의 안정과 북핵 해결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적절한 범위에서 전략적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의 정세도 심상찮다. 9월 상순 44년 만에 노동당 대표자회가 개최된다. “선군정치” 체제는 내부 통제에는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대내외적 안보와 경제상황을 경직시켜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순조로운 권력승계를 위해서는 주민들에게 변화를 통한 미래의 작은 희망이라도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으로 인해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중국도 “중국식 방법”으로 변화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대내외적 상황으로 북한 내부에 변화를 추구하는 힘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도 변화를 필요로 하는 세력이 숨쉴 여지를 갖도록 우리도 한몫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남북 양쪽의 강경파들에게 서로 의존·공생할 명분을 줄 수 있다.

외교는 큰 변화도 작은 제스처에서 시작된다. 예열시간도 걸린다. 냉전시기 세계질서를 뒤흔들었던 미-중 수교도 고작 25g짜리 탁구공으로 시작되었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당장 정상회담이나 특사파견을 거론하기보다는 좀 긴 시간표를 갖고 작은 변화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북 인도지원에 소규모의 식량이라도 포함시키고, 천안함과 6자회담도 병행시켜야 한다. 북한도 대승호 선원을 송환하고, 6자회담에 전제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핵 폐기 단계에 가서 논의하기로 한 것 아닌가. 제재도 6자회담 진전에 따라 해제될 수 있을 것이다.

“실용외교”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실제로는 이념적 모습을 띠어왔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 G200급의 북한과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보겠는가.

이제 기계공의 작업에서 원예사의 자세로 전환하자. 원예사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날씨를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의 일관성이 아니라 변화하는 날씨를 미리 보고 활용하는 지혜일 것이다.

송민순 국회의원 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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