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23 18:52
수정 : 2015.12.23 18:52
며칠 전 지방 출장길에 만난 어느 할머니의 걱정스런 이야기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바람…바람이 많이 들어오지. 창문 새시가 얇아서 웃풍도 심하고 바람이 말도 못해. 그래서 이불을 여러 겹 덮고 있어. 정부 보조금을 받긴 하는데 기름값이 얼마나 비싸게. 전기장판도 요금이 많이 나와서 못 쓰고. 그래도 이런 집이라도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감사하지. 아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겨울이 힘들어요.”
날마다 손수레를 끌며 길에서 폐지를 모아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할머니. 방 한칸에 난방도 제대로 못하고 삭풍은 쌩쌩 불고 야외 화장실도 길 미끄러워 잘 못 가는 쪽방촌에 사시는 어르신이다. 빙판과 영하 20도가 넘는 체감온도에 둘러싸인 바깥세상은 엄두도 못 내고 이불 속에서 긴 겨울을 버텨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다.
저소득 노인은 대부분 겨울이면 난방비를 아낄 것인가, 식비를 아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다고 들었다. 저소득 노인들이 정부에서 받는 월 40여만원의 생계비로는 매달 내는 월세, 의료비, 식비 등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하여 난방을 거의 못하고 있는 분도 많다. 저소득 어르신들의 가정은 온기를 찾아볼 수 없고 보일러도 전기장판도 잠깐 틀고 만다. 경로당에서 하루 종일 이용하고 즐기는 경우가 많으나, 그나마 어느 경로당은 기름값을 아낀다고 노인들의 주간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있어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는 호소도 들린다.
노인들은 겨울철에 추위로 인하여 사망하는 확률이 높다. 고령 및 질병, 무릎관절염 등으로 허약해진 신체 때문에 추위로 인한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겨울철 노인 골절 환자는 다른 계절에 비해 50%나 증가한다. 이렇게 발생한 골절은 저소득 독거노인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그래서 겨울 한파에 위험한 우리 노인들이 겨울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르신의 따뜻한 겨울나기가 필수다.
겨울이 되면서 기업과 민간단체 등이 따뜻한 연탄 나눔 행사를 하고,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한노인회에서도 ‘따뜻한 겨울나기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사랑이 담긴 보온키트(이불, 목도리, 수면양말 등)를 독거노인 약 4천명에게 전달하고, 쪽방촌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사랑의 떡국잔치와 위로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 중심의 지원만이 아니라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복지’ 지원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다행히 올 11월부터 정부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동절기에 가구당 10만원 안팎의 난방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에너지바우처(난방카드) 제도를 시작했다. 에너지바우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이면서 노인(만 65살 이상)이나 영유아(만 6살 미만) 또는 장애인(1~6급 등록장애인)을 포함하는 가구에 동절기 난방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사업이다. 우리가 많이 쓰는 난방에너지 중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연탄, 등유, 엘피지를 선택하여 구입할 수 있는 에너지바우처를 지원해 준다고 하니, 우리 이웃 중 대상이 되는 분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신청하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
|
탁여송 대한노인회 사무처장
|
앞으로 에너지 복지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 노인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취약계층의 어르신들도 행복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그려본다.
탁여송 대한노인회 사무처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