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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12 18:22 수정 : 2017.01.12 21:23

김한규
서울변호사협회장

대법원은 3월부터 변호인이 없는 구속 피의자 전원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단계 및 공판 단계까지 변호 활동을 수행하게 하는, 이른바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구속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주장이다. 수사과정에 변호인 참여권이 확대되어야 함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권 충실화라는 관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하지만 대법원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우선 변호인의 조력이 가장 필요한 단계는 체포 후 영장실질심사가 아닌 그 이전의 수사 단계다. 재심 사유가 되는 허위자백도 이 단계에서 거의 이뤄진다. 그런데 현실에서 국선변호인이 피의자를 만날 수 있는 때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 장소에 도착한 시점이다. 이미 허위자백 등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기가 거의 불가능한 단계다.

대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시 경찰, 검찰 피의자신문의 경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에 한해 한정적으로 국선변호인 참여를 예정하고 있다. 즉 ?지적, 정신적 능력이 미약한 사람, ?고의의 범죄행위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무죄 주장 또는 무죄 의심이 드는 경우다. 특히 후자의 경우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약촌오거리 살인 재심사건과 같은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억울한 피고인이 나오지 않기 위해 피의자 접견보다 더 중요한 게 피의자의 수사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하는 것이다. 변호인의 전면적인 수사과정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사기관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범인 만들기’를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삼례 3인조, 약촌오거리 사건은 모두 구속영장청구 이전에 수사기관의 강압에 의해 허위자백이 이루어졌다.

둘째, 대법원은 수행한 변호 활동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한다고 안내하면서도 국선변호인의 수사 참여에 대한 보수는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국선변호제도가 수익창출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억울한 피의자를 막기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이자 소통 수단인 피의자신문 참여를 좀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선변호인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보수가 책정되어야 한다.

셋째, 대법원은 각급 법원을 통해 구속사건 논스톱 국선변호인을 직접 모집한 후 서류심사 등을 거쳐 지원자 중 일부를 명부에 등재해 개별 사건에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하려고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일본의 경우 ‘법테라스’라는 독립된 조직에서 특정 사건을 담당할 변호사를 추천하고 법원은 그 추천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하고 있다. 국선변호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방어를 조력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잘못을 시정하고 감시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인의 감시와 견제 대상인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할 경우 양쪽이 ‘갑을 관계’가 되어 변호인의 감시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선변호인 관리를 제3의 중립적 기구에서 관장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처가 과연 피의자의 변호인 조력권을 제대로 보장해줄 수 있는 방안인지를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미비한 점들을 보완하는 공론의 자리가 마련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재심사건에서 잘못된 재판을 했던 사법부가 통렬한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수사기관의 탓으로만 돌리려고 급조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법원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그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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