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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6 17:45 수정 : 2017.07.06 20:50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대통령도 물러나게 한 시민들입니다. 지금 있는 사람들로 어떻게 개혁이 가능합니까? 반성도 하지 않는 인권위를 해체하고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주 제주인권회의에 참석했던 한 시민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직원에게 매우 강하게 쓴소리를 했다. 인권위 직원이 인권위의 위상을 강화하려면 헌법기관화해야 한다고 발제했기 때문이다. 그 시민은 활동가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다만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은 국가가 사회구성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감시하는 일’이라는 상식과 어긋나는 인권위의 모습을 보고 한 말이라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줄곧 인권위 독립성을 훼손했고 인권위는 정권을 감시하기보다는 정부 입맛에 맞는 결정을 수없이 했다.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앞장섰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인권위는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의문을 보도한 ‘피디수첩’ 제작진을 농림수산식품부가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을 부결시켰고, 국무총리실 및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건도 시간이 지났다며 각하시키는 등 정부의 인권침해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심지어 진주의료원 폐쇄 조치를 앞두고 환자들의 생명이 위험해 긴급구제 신청을 했으나 이를 기각하고 진정으로 전환시켰다. 결국 일부 환자가 퇴원한 뒤 숨졌다.

2015년 7월 이성호 위원장으로 바뀌었으나 인권위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민감한 인권 현안에 침묵하거나 한참 지난 후에 의견 표명을 하기 일쑤였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뒷북 결정’이 대표 사례다. 인권위의 역할 방기는 현병철 전 위원장이나 보수정권의 책임으로만 볼 수 없다. 인권위원들과 인권위 간부들의 책임도 있다.

현병철 전 위원장 외에도 여러 인권위원들이 인권 현안에 대한 제대로 된 결정을 막았다. 유영하, 최이우는 대표적인 반인권 위원이다. 유영하는 현재 박근혜의 변호인이고, 개신교 목사 최이우는 인권위원으로 동성애자 인권 관련 사항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인권위원 지명권자(대통령, 국회, 대법원장)만 있지 인권위원 인선 절차가 없다. 그렇다 보니 위원들은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도 한국 정부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권위원 후보 추천 기구 구성’을 권고했다. 인권위 독립성을 보장하는 법제도가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이 수없이 주장했던 인권위 회의록 실명공개는 법이 아니어도 할 수 있으나 하지 않았다. 인권위원들은 자신들의 반인권적 발언을 숨기고자 회의록에 이름을 가렸고, 그렇게 인권위원으로서의 책임도 비켜 갔다.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않는 인권위는 점점 더 관료화됐다. 인권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멀리했다. 사무총장도 과거처럼 외부인사가 아니라 내부승진으로 바뀌면서 인권위 직원들조차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인권’보다는 ‘승진’에 목을 맸다. 얼마 전 사무총장이 퇴임했다. 이성호 위원장이 외부 출신의 사무총장을 임명하는가 여부는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관료화를 벗나려는 개혁의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2010년 12월 인권위에서 농성한 직후 사망한 장애인인권활동가 우동민 열사 건에 대한 사과는 과거청산의 첫발이다.

인권위 위상 강화는 대통령이나 권력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권력으로부터 주어진 위상 강화는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인권위 스스로 독립성에 대한 긴장을 하고 인권 증진을 위한 헌신적 노력을 함으로써 신뢰가 생기고 권고 수용을 강제하는 힘이 생긴다는 점을 인권위는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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