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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영철. 사진 바나나스튜디오 이상엽 사진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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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우성의 좋아서 하는 인터뷰
17년의 주변부 개그맨 생활 견디고 <진짜 사나이>로 ‘진짜’ 뜬 김영철의 속내 또는 열정
“성실하게 살았는데 비호감 낙인, 서운했지만…지금은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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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는 게 있어요
질린다는 거, 하하
그거 정말 맞는 말이잖아요
저 정말 질려요” 그는 토요일 저녁에 집에 간다. 그 시간에 늘 밖에서 놀았는데 이제 집에 가서 할 일이 생겼다. “모니터를 이렇게 열심히 한 것도 처음이고요, 주말 예능을 하고 있는 것도 처음이더라고요. 하, 제가 생각해도 참, 놀랍습니다.” 그는 멋쩍었는지 되도 않는 표정을 지으며 거만하게 굴었다. 김영철에게 정말 슈퍼파워가 생겼나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후광이 비쳤다고 적으면 거짓말이고, 아주 조금 멋있어 보였다, 정도는 사실이다. “댓글 보니까 ‘정말 영철이 형 예언대로 되는 거 아니야?’라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제가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 때 말했잖아요. <진짜 사나이>로 뜨면 무한도전 안 나갈 거라고. 그런데 저, 정말 뜨고 있습니다.” 헐, 정말 안 나가려고? 오히려 <무한도전> 덕을 조금은 봤으니까 김태호 피디(PD)한테 사과박스라도 보내야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 형은 별로 망할 것 같지 않다. 보통 ‘뜨면’ 어느 순간 가라앉는데, 이 형은 계속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일단 의욕이 넘친다. 어떻게 하면 웃길까 쉬지 않고 궁리한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엄청난 아이디어인 양 호들갑 떨면서 말한다. 별로 안 웃긴데. 그런데 안 웃기는 얘기를 자꾸 만들어 내는 게 웃겼다. 예를 들면 “제 목표는 정말 <무한도전>에 안 나가는 거예요. 제가 건방져져서 안 나가는 게 아니고요, 예언을 했으니까, 그 예언대로 되는 거예요. 그 자체로 웃기지 않아요?”라고 말한 뒤 덧붙였다. “그러다가 추석 특집 때쯤 나가는 거죠. 아, 그러면 정말 웃기겠다.” 뭐가 웃긴다는 거지? 하지만 웃음이 안 난 것은 아니다. 아, 웃긴 건가? 내가 이상한 거야? 이 형이 이상한 거야? 그런데 이 형은 정말 순진하게, <무한도전>이 언제라도 자신을 부를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게 웃겼다. 그리고 이 믿음은 함께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이 있잖아요. 지금 물 잘 들어오고 있으니까 노 저어야죠. 전에는 물이 아예 안 들어왔으니까, 노를 저을 수가 없었어요. 배를 항구에 정박시켜 놓고 영어 학원만 다닌 거예요.” 물이 잘 안 들어온 덕분인지 김영철은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라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형, 이런 게 웃긴 거예요. 그때 말 못해서 또 여기 적는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거야? 한국 코미디언이? “작년에 뭐, 코미디는 아니지만 지금 배두나씨가 찍고 있는 워쇼스키 형제의 드라마 <센스 8> 오디션을 보고 왔어요. 2차에서 떨어졌어요.” 뭐야, 도전하고 있었네? “언젠가 개그우먼 정선희 누나가 말했어요. ‘영철아, 고인 물이 되면 안 된다’라고. 그 말이 저에게 남아 있어요.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보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저, 이 얘기 정말 믿거든요.”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인터뷰를 하다 보면 모든 사람이 고뇌의 언어를 꺼내놓지는 않더라고, 내가 말했다. 그가 대답했다. “제가 그래요? 아, 여전히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구나….” 뭐든 되지 않을까? 이 형. “그런데 요즘도 저 싫어하는 사람 많아요. ‘김영철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바뀌었어’라는 댓글 아래 또 댓글이 달렸는데 ‘누가 호감이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저기, 댓글을 죄다 읽어요?” 내가 묻고 “아, 그런가? 그렇네. 하하”라고 그가 대답했다. 그러니까 김영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영철 기사에 댓글을 달자. 댓글 따위 아예 안 읽는 연예인도 많지만 요즘 김영철은 다 읽는다. 아, 좀, 어지간하면 악플은 달지 말고! “제가 저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하는 것 중에 인정하는 게 있어요. 질린다는 거. 하하. 그거 정말 맞는 말이잖아요. 저 정말 질려요.” 웃겼다. 김영철은 자학할 때, 또는 약간 비굴해질 때 웃긴가? “성대모사도 줄여야지. 몸에서 한 명씩 내보낼까 생각 중이에요. 이것도 개그 소재로 쓰면 웃길 것 같지 않아요?” 안 웃겼다. 이 형은 개그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닌가? 내가 이상한 건가? 인터뷰하는 도중에 김영철에게 “형”이라고 불렀다. 처음 봤는데, 그렇게 부르게 됐다. 그 형이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편했나? 그랬나 보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형’이 자연스럽다. 김영철의 매력이 이건가? 사족인데 그는 늘 기도한다고 했다. 그의 신앙은 나의 신앙과 달랐다. 그러나 그의 기도를 존중한다. 그가 자기 혼자만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살아온 자의 기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아, 영철이 형한테 할 말 있는데, 기사 찾아서 댓글 달아야겠다. 이우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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