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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08 09:57 수정 : 2014.07.17 10:06

윤민우 소설 <7화>



“제가 뭘 사게 됐는지 한번 맞춰보세요.”

그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결국 다리를 건넌 모양이군요. 맞습니까?”

“맞아요! 역시 아저씨 말씀이 옳았어요.”

그녀는 처음부터 성공을 거둘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 후로도 몇몇 가전제품에 손을 댔다가 성에 차지 않아 환불을 받았다. 그녀는 궁리 끝에 환불에 대한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키로 했다. 그녀는 환불이 원활한 백화점이나 마트를 가급적 피했다. 그녀가 찾고 있던 대상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서서히 정을 들일 수 있을 만한 무언가였다. 그녀는 재래시장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시 외곽의 재래장터에서 그녀는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발견해냈다.

장터 한구석에서, 보자기를 꽁꽁 뒤집어쓴 노파가 사과 상자를 품고 있었다. 상자 속에선 새끼 고양이 여남은 마리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지금 우유를 먹고 있어요.”

“귀여워 보이겠군요.”

“엄청난 먹보예요. 한 끼에 1리터씩 해치우니까요.”

그녀는 단숨에 고양이들에게 매료돼 상자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녀의 눈엔 모든 고양이들이 앙증맞아 보였다. 그러나 그들 전부를 데려가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두 마리가 팔려나갔다.

“이왕 정을 줄 거면 제일 튼튼한 놈으로 고르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아저씨 말씀대로, 그래야 손해가 덜할 테니까요. 이 녀석을 보면 아마 아저씨도 놀라실 걸요? 어깨가 떡 벌어졌거든요.”

자랑은 계속 이어졌다.

“집에 돌아와 목욕을 시켜놓고 보니 털빛이 너무 고운 거예요. 헤어드라이어로 말끔하게 말린 다음 영양크림을 발라줬죠. 아마 암컷 고양이라면 누구라도 반하고 말 거예요.”

“금세 식구가 늘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말인데, 이 녀석이 함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방범창을 촘촘한 걸로 교체하기로 했어요.”

“너무 가둬두고 키우면 성격이 비뚤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아인 너무 예쁜걸요. 저, 그럼 이담에 또 연락드릴게요.”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것처럼 보이는군요. 아무튼 새 식구에게 잘 대해주세요.”

그리고 내가 예견한 대로 그녀로부터는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그녀가 아니어도 상담을 요청해오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았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백 가지 선택과 오류를 저지른다. 그들은 소비자이면서 피해자요, 가해자였다. 그들의 정체를 일일이 분류해내는 데도 이만저만 힘이 드는 게 아니었다. 연말이 다가오자 통화량이 부쩍 늘었다. 수많은 예약과 선물 들이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넘어갔다. 나는 함께 고생한 상담원들과 조촐한 회식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는 내 환송연도 겸하고 있어서 보통 때처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법률사무소의 유능한 직원 하나가 갑작스레 다른 곳으로 스카우트돼 갔다. 그래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 친구는 상담일을 그만둘 것을 정중하게 부탁해왔다. 따지고 보면, 여태껏 그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친구의 배려 덕분이었다. 때문에 나는 그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자네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걸 잊지 말게.”

나는 변호사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을 동료 상담원들에게 앵무새처럼 들려주었다. 그리고 주제넘게도 결의에 찬 건배를 제의했다.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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