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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에 지어진 ‘평화를 품은 집’은 산비탈에 나무로 지어진 평화 전문 도서관으로 인종 학살과 전쟁 문제에 대한 자료들을 공유하는 곳이다. 노바건축사사무소 설계. 2014년 9월 개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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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살고 싶은 집
경기 파주에 평화를 주제로 한 도서관과 각자의 집을 지은 소라네·동렬이네
우리 오래도록 함께 살자. 같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함께 나이 들자. 2002년 일곱 가족이 모여 약속했다.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야산 비탈진 곳에 함께 살 터전을 구했다. 노바건축사사무소 강승희 대표 등 3명의 건축가가 일곱 가족의 작은 마을을 짓기로 하고 그 약속을 기념해 작은 정자를 세웠다. 정자엔 ‘도토리 문화마을’이라는 현판이 걸렸다. 일과 생활이 일치하는 공간을 꿈꿨기 때문이다. 누구네 집은 공방을 하고 누구는 책을 쓰고 다른 누구는 또 그림을 그리며 도토리 마을을 일터로 삼아 살아가는 노후를 계획했다. 각자 집을 설계하며 배움을 시작했다. 드문드문 모여 전시회도 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누구는 아프기도 하고, 누구는 경제적 어려움에 쫓기기도 했다. 누구는 다른 곳에 살 집을 얻어야 했다. 십년 넘도록 땅은 묵고 정자는 나이 들어가며 약속은 묻히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소라네 가족이 동을 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어야겠습니다.” 건축가도 맞장구쳤다. “일단 땅을 파면 집은 분명히 지어집니다.” 동렬이네 가족도 “그럼 짓자”고 거들었다. 10년의 약속과 2년의 설계를 통해 지난해 말 두포리에 ‘평화를 품은 집’이라 이름 붙인 평화도서관과 소라네 집, 동렬이네 집. 3채의 집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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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네 집은 반층 계단으로 높이를 나누어 여분의 공간을 도모한 집이다. 그 결과 집 곳곳에 가족 각각의 독립적인 공간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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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렬이네 집은 1층과 2층을 터서 작은 집 느낌을 없앤 수직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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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활을 함께 하는 공간
준비했던 일곱 식구
10년만에 두 식구 의기투합해
도서관과 각자의 집 지어
평화도서관 ‘평화를 품은 집’ 파평교회 옆으로 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 지은 지 얼마 안 된 3채의 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 맨 왼쪽에 있는 집이 평화를 주제로 한 도서관으로 지어진 ‘평화를 품은 집’이다. 집장 혹은 이장이라는 별명의 명연파(53)씨가 이 도서관의 관장을 맡았다. 올해 9월27일 문을 열 예정인 평화를 품은 집의 잠겼던 문을 열자 향긋한 나무 냄새가 입구까지 풍겼다. 현관문을 열면 도서관의 2층으로 들어서는데 1층과 2층 사이는 완전히 트여 있다. 입구에서 도서관 1층 창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도서관과 두 살림집은 45도 가까운 가파른 산비탈에 지어졌다. 도서관이 깔고 앉은 땅은 185.67㎡. 공공건물치고는 작지만 경사진 땅을 이용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설계를 맡은 강승희 대표는 비탈길을 이용해 2층, 1.5층, 1층 식으로 건물의 층을 잘게 나누어 비탈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을 썼다. 사명감으로 빚어진 공간인 탓일까, 이곳의 풍경은 교회 예배당을 닮았다. 지난해까지 사계절 출판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했던 명씨는 어린이 문화마을의 꿈이 평화도서관으로 항로를 변경하자 르완다, 아르메니아, 오키나와, 캄보디아 등 대규모의 양민 학살 지역을 다니며 수백권의 원천자료를 모아왔다. 학살 증거에 대한 책과 자료, 동영상들이다. 도서관 메인홀 양쪽에 천장까지 닿는 길고 큰 책장을 두어 어린이와 어른들은 내키는 대로 책을 빼들고 계단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계단 옆 책장 칸칸마다 틀을 대면서, 1층과 1.5층 사이에 애들이 숨어들어가기 좋은 낮은 구석방을 만들면서, 건축가는 “애들이 도서관 한복판을 자유롭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한다. 도서관 오른편 1층은 작은 상영관이다. 1.5층의 객석에서 볼 수 있다. 2층은 제노사이드(대학살)관으로 꾸며져 관련 자료나 사진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아이들은 다락이나 계단 아래 숨어서 평화롭게 책을 읽다가 문득 평화를 잃은 나라의 모진 풍경을 훔쳐도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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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실 다락에 만든 나즈막한 어머니의 서재는 현대주택에 한옥의 느낌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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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두채의 살림집을 함께 지은 양은영(왼쪽부터), 황수경, 명연파씨와 산자락을 따라 지어진 집들. 맨 왼쪽이 평화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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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과 두채의 살림집을 함께 지은 양은영(왼쪽부터), 황수경, 명연파씨와 산자락을 따라 지어진 집들. 맨 왼쪽이 평화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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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네 집은 반층 계단으로 높이를 나누어 여분의 공간을 도모한 집이다. 그 결과 집 곳곳에 가족 각각의 독립적인 공간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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