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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주택 1호는 25년 된 집의 담과 대문을 헐어내고 외부로 열린 모양새를 하고 있다. 덕분에 지하 1층 공동 거실에도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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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살고 싶은 집
1인가구 위해 결성된 함께주택협동조합의 첫번째 결실, 서울 마포구 성미산 ‘함께주택’ 1호
지난 9월20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한 다가구 주택 문이 활짝 열렸다. 마당과 현관, 길가로 향한 거실 창틀에까지 손님들이 빼곡히 앉았다. 이날 집들이를 치른 이곳은 싱글들 10명이 함께 사는 ‘함께주택’이다. 오래된 집을 1인가구 공동주택으로 고쳐 지은 함께주택은 성미산 공동주택 실험을 해오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식구들과 동네 주민들이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주택협동조합의 실험 결과물 1호다.
이 집이 생긴 이유를 먼저 물리적으로 헤아려 볼 수 있다. 1990년 112.4㎡(34평) 넓이 땅에 빨간 벽돌 건물로 지어진 이 집은 원래는 층마다 59.01㎡(17.9평) 넓이에 각각 방 3개와 욕실이 있는 똑같은 구조로 지하층, 지상 1층, 2층에 3가구가 살 수 있었다. 1인가구 전용주택으로 고치면서 9.43㎡ 넓이의 큰방 5개와 5.74㎡의 작은방 5개에다 층마다 공동 거실과 주방을, 1층엔 마을 사랑방까지 만들었으니 같은 집이 더 많은 가족을 품게 된 셈이다. 게다가 서울 원룸 전세 시세는 평균 9000만원인데 이곳에 살게 된 싱글들은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30만원 정도 월세를 내니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 여럿이 모여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짓는 소행주 프로젝트는 오르는 땅값과 복잡한 설계로 빨리 만들어지기 어려웠던 것에 비해 ‘함께주택’은 올해 1월 오래된 집을 사서 8월에 첫 입주자가 들어왔으니 속도도 빠르다. 협동조합이 집을 소유하고 필요한 1인가구에게 임대를 하는 식으로 소유와 임대를 분리하면서 집에 대한 여러 번거로운 과정과 그 돈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편견이 걷혔다. 땅값과 공사비는 성미산 마을 생협 커뮤니티, 소행주, 주거 문제에 관심 있는 동네 주민들과 입주자 33명이 모여 만든 조합이 우선 종잣돈을 마련하고 부족한 돈은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인 ‘소셜 하우징’에서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매달 받는 월세로 대출금 이자와 원금까지 조금씩 갚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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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주택 1호는 25년 된 집의 담과 대문을 헐어내고 외부로 열린 모양새를 하고 있다. 덕분에 지하 1층 공동 거실에도 환한 햇살이 들어온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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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서 구입해
1인가구 10명 살 수 있도록 개조
공동 부엌, 거실 쓰며
혼자 살지만 같이 어울릴 수 있어 이 집을 설계한 생활건축연구소 홍윤주 소장은 “지난해 11월 처음 함께주택협동조합과 회의를 시작했을 땐 구현해야 할 것은 많고 가진 돈은 적어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인가구의 독립공간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밖으로 열린 공간, 그들끼리 소통하는 공간도 꼭 있어야 하니 공사 과정도 변화무쌍했다”고 돌아본다. 그래도 끝까지 지켜진 원칙은 “원래 있던 집에서 쓸 수 있는 것은 계속 쓴다”는 것과 “10명의 독립생활을 보장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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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것만 지니고 살도록 한 함께주택의 공동 주방.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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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것만 지니고 살도록 한 함께주택의 독립공간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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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것만 지니고 살도록 한 함께주택의 현관.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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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을 중시한 이 집은 계단도 옛 계단을 일부 고쳐 그대로 쓴다.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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