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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29 18:57 수정 : 2016.02.29 19:30

한자의 도(道)나 로(路)나 우리말로는 모두 ‘길’이고 보통은 하나로 묶어서 ‘도로’라고 하지만 둘은 본디 형성 방식과 용도가 다르다. ‘도’는 머리 수(首) 자와 천천히 걸을 착(辶) 자를 합한 글자로서 권력자가 무리를 거느리고 천천히 행진하기 위해 만든 길이다. 이 길 좌우에는 대개 건물이 늘어선다. 반면 ‘로’는 발 족(足) 자와 따로 각(各) 자를 합친 글자로서 여러 사람이 각기 편한 대로 걸어간 발자취가 모여 저절로 생긴 길이다. 이 길 좌우에는 나무, 돌, 흙 등 자연이 있다. 도는 ‘닦는 길’이고 로는 ‘나는 길’이다.

먼 옛날부터 길 닦는 일에는 종종 포장작업이 병행되었다. 고대 로마의 노예 상당수는 로마로 통하는 모든 길을 큰 돌로 덮는 일에 고통스런 일생을 바쳤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궁궐과 종묘의 어도 외에는 수도의 대로에조차도 돌을 깔지 않았다. 물론 수레바퀴가 빠지기 쉬운 곳을 포장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았으나, 인근 채석장에서 나온 부산물을 흩뿌려 박석고개로 만드는 정도였다.

이 땅에 본격적인 포장도로 시대를 연 것은 자동차와 석유였다. 1919년부터 1921년 사이에, 서울 남대문에서 명동 입구에 이르는 구간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 이후 자기 동네 주변도로를 아스팔트로 덮는 것은 한국인의 보편적 욕망 중 하나가 되었다. 1920년대 말부터 전국 각지에 ‘아스팔트 포장 기성회’라는 단체들이 만들어져 당국에 도로포장을 건의하거나 포장 비용을 모았다. 1931년에는 서울 을지로에 아스팔트만을 취급하는 회사도 설립되었다. 해방 이후에도 아스팔트 포장은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의 대표 공약이자 국회의원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였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지표면에서 가장 빨리 늘어난 물질이 아스팔트다. 현대인들은 일부러 교외나 공원에 나가기 전에는 흙을 밟을 일이 거의 없다. 물이 고이고 스미는 흙길과는 달리 아스팔트는 물을 흡수하지 못한다. 아스팔트가 현대의 도로뿐 아니라 현대인의 마음까지 포장해 버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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