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란 소설 <7화>
15.
주연아.
언니 메일을 읽은 거니? 답장이 없네? 수신 확인을 할 수가 없어 답답하구나.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아니면 언니 때문에 뭐 기분 나쁜 거라도 있니? 마음이 답답하고 초조하니까 별생각이 다 든다. 실은 메일을 보내고 곧바로 후회했어. 취소도 안 되고……. 이왕 알게 된 거 더 말할게.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내게 어떤 의지가 있었다면 나는 메일을 읽지 않거나 삭제를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말할게까지 읽었다고 인식한 순간 내 눈은 이미 그다음 문장에 가 있었다.
어제 아버지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서 구속 수사를 받을 필요는 없대. 아버지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일행 전체가 피의자가 된 것 같아. 처음 참고인 진술에서 어떤 아저씨가 사건의 최초 원인 제공자로 아버지를 지목했다는 거야. 그리고 물리적인 다툼이 오갈 때 아버지의 일행 모두가 그 죽은…… 피해자를 때렸대. 그 아저씨 외에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모두가 자기 잘못을 덮으려고 그랬는지 서로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해서 결과적으론 모두가 피의자가 되어버린 거야. 아버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처음에 유일한 피의자로 지목됐던 아저씨가…… 누군가가 찌르라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한 사람이 바로 아버지라고 진술했다는 거야. 아버지가…… 죽이라고…… 그게 뭐 진심이었겠니? 그 아저씨가 진짜 찌를 줄 알았겠어? 다들 취해 있었잖아. 피해자 몸에서 피가 튀니까 사람들이 거기서 물러나거나 뭐 그랬나 본데……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아버지가 쓰러졌대. 아버지 말로는 진짜 무슨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대.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조사를 받고 있고 또 기관이랑 군인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지뢰조사를 하고 있어. 얼마 전 폭우 때문에 산에 묻혀 있던 대인지뢰니 뭐니 하는 것들이 유실된 모양이래. 벌써 열두 발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언제 조사라는 게 제대로 이뤄진 적이 있기는 한 거니? 우리 옛날에 산사태 났을 때도 유실된 지뢰들을 줍기만 했지 그다음에 뭐 없었잖아. 다 그때뿐이야.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그래놓고 뭐 그리 잘났다고들 그러고 다니는지…… 정말 다들 죽여버리고 싶어. 아버지가 변호사를 사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형부는 어쩐지 망설이는 것 같아. 양쪽 눈치를 보느라 언니는 정말이지 곤혹스러워. 그저께는 형부가 외박까지 했는데, 뭐라고도 못 했어. 다행히 아이는 별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대. 기도해줘. 어서 일이 해결되고 너도 돌아와서 다 함께 웃으면서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 언젠가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소주와 먹다가 너랑 둘이 배나무 아래까지 가서 아빠 몰래 담배를 나눠 피우던 때가 생각나. 바람에 배꽃이 날릴 때…… 그땐 정말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는데. 아버지는 구속될까? 아버지가 정말 사람을 죽인 거야? 그러면 언닌 어쩌지? 어떻게 살아? 내 생각엔 구속될 것 같아. 언니 이런 거 잘 맞히는 거 알지. 정말 불안해 죽겠어. 그런데 너 아직도 던힐 피우니?
16.
언니.
17.
언니, 하고 나는 또 한 번 모니터에 대고 언니를 불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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