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란 소설 <10화>
30.
밤을 꼴딱 새우고 학원에 도착했을 때 여덟 살인 여자아이가 문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 애는 엄마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점점 더 크게 울었다. 10분이 지났고 다른 아이들이 자꾸 밖을 내다보며 누구냐고 물었고 왜 우느냐고 물었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이거나 해.
라고 말했지만 나도 걔가 왜 우는지 궁금했다.
평소엔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면서요.
나는 그 말에 대꾸를 하지 못했고 나가서 말했다.
제가 잘 데리고 들어갈게요.
나는 그 애를 안았다.
선생님이랑 한 바퀴 걷다가 들어갈까?
그 애가 고개를 끄덕여서 나는 눈물에 젖은 그 애의 작은 손을 잡고 오래된 아파트 상가를 한 바퀴 돌았다. 날씨가 좋았다. 우리는 마을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았다.
선생님도 어제 울었다?
듣는 건지 마는 건지 믿는 건지 못 믿는 건지 상관없이 나는 고백했다.
진짜야. 어제 울었어. 사람들은 원래 다 울어. 그러니까 창피해하지 않아도 돼. 울 수도 있지 뭐. 앞치마 이거 눈물 때문에 젖었네. 이거 마르면 들어가자. 날이 따뜻해서 금방 마를 거야.
왜 그랬지? 나는 정말이지 말이 많은 인간이 아닐 수 없다. 다시는 애들한테 이런 말 하지 말아야지.
나는 학원을 그만두지 않고도 애들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31.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하니를 내려놓고 쓰레기장 같은 집 안을 둘러보았다. 하니가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녔다. 하니야, 여기 재밌지?
언니는 배가 주렁주렁 달린 배나무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언니는 거지 같았다. 나는 언니와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에 걸쳐 집을 치웠고 그사이 언니는 몸을 씻고 밥도 먹었다. 형부가 언니에게 준 안개꽃 다발은 집을 치우면서 버렸는데 내가 그 집에 머문 2주일 동안 아무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못했다.
주연아. 이런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뭐가.
너랑 함께 있으니까 힘이 나는 것 같아.
무슨 힘이 나.
왜. 니 얼굴 보니까 이제 다시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뭘 어떻게 잘 살아.
지금의 나를 세 번째 나라고 생각하면 되지.
언니.
진짜 나는 어디선가 되게 잘 살고 있는 거야.
도대체 어디서.
어디로 할까?
나는 언니의 눈을 봤다.
아. 그리고 진짜 너도.
난 빼.
우리는 많은 밥을 먹고 담배를 나눠 피웠다. 언니는 담배를 피우자마자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먼저 잠든 언니를 나는 오래 바라보았다. 내가 언니, 하고 부르자 언니는 몸을 뒤척이며 부웅- 하고 길게 방귀를 뀌었고 하니가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폈다. 나는 언니가 그동안 내게 보낸 메일들을 다시 읽으면서 앞으로는 절대 희망적인 글을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상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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