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30 20:32
수정 : 2006.06.09 18:03
고장말탐험
말도 세월 따라 변해 온 까닭에 이에는 그 시대의 역사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오늘 우리가 쓰고 있는 말에는 오백 년 전, 천 년 전의 말이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고장말에서는 ‘만들다’를 ‘맹글다’라고 말한다. ‘맹글다’는 중세 국어에서 쓰던 ‘ 다’라는 말이 지금까지 사용되는 것이다. ‘ ’는 ‘새로 스믈여?? 字R ’에서처럼 훈민정음에 나오는 말이다.
고장말 ‘남새’는 푸성귀·채소와 함께 ‘나물 반찬’을 일컫는 말로서 표준어이자 방언이다. 이 ‘남새’란 말은 16세기 국어에서도 사용되었는데, 그때는 ‘BE새’라고 쓰였다. 토박이말인 ‘나물’과 ‘새’가 연결되어 ‘남새’( 새〉BE새〉나무새〉남새)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나무를 ‘낭구’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낭구’는 중세국어에서 쓰던 ‘남ㄱ’을 그대로 소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투리이면서 역사적인 잔존형인 셈이다. 나무를 심을 때 ‘심다’는 표현도 ‘심군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때 ‘심그다’도 중세국어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고장말은 우리에게 오래 전의 역사를 보여주기에 유형·무형의 문화재처럼 소중히, 그리고 아주 면밀히 다뤄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고장말은 현대에 생겨난 말도 있지만, 역사성을 이어가는 먼 옛날로부터 오늘에 이른 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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