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7 18:34
수정 : 2007.06.07 18:34
언어예절
“어떻게 불러드리는 게 편해요?” “언니라고 불러줘, 그게 편해!”
별 가릴 것도 없겠고, 나이도 달수로나 따져야 차이가 날 법한 복학 여대생과 동급생이 주고받는 말이다. 재미있는 건 ‘편하다’란 말이다. 그 ‘편안함’이 듣는이를 걸맞게 불러주는 데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우리 가정언어를 가지런히 한 바 있는 려증동 선생(‘한국 가정언어’, ‘효도언어’)도 부름말·걸림말·공경말·촌수말 들을 들추면서 “이런 것들을 잘 구분해 말을 써야 듣는이의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복잡하고 불편하며 별 쓸모 없고 낡은 느낌을 주는 집안 언어를 알기 쉽게 갈래잡고 간추린 이로 선생만한 이가 드물다. 이런 말은 밥상머리나 집안 대소사를 치를 때 어른 아이 사이에 자연스럽게 가르치고 배웠으나 요즘은 그런 기회가 드물어졌다.
‘편안함’을 언어예절의 큰 기준으로 잡았을 때, 다소 주관적인 바가 있긴 하다. 사람 따라 언어 폭이 다른데다, 듣는이를 배려할 뿐만 아니라 말하는 이의 마음도 생각해야 할 터인즉, 번번이 불편을 견디면서 말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니 ‘소통’이 잘 되려면 적어도 부름말·걸림말·대우법 들을 두루 공유할 것을 전제한다. 누구나 어른이 되고서 격식을 따져 하는 말, 노년으로 격상되어 걸맞은 말을 찾느라 고민하기 마련인데, 그러는 사이 말씨를 가다듬고 익혀 자연스러움으로 배어나게 된다. ‘편안함’은 삶에서도 숱한 가치의 윗길에 놓이면서, 좁게는 ‘말을 잘 가려 쓰는’ 데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얻는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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