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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04 18:04 수정 : 2008.05.05 14:55

고장말탐험

‘-잉’은 주로 전라도 사람들이 말 끝에 붙여 쓰는 말로,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경상도 쪽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이’가 쓰이지만, ‘잉’과는 그 쓰임이나 분포에서 차이가 있다. ‘-잉’은 받침 ‘ㅇ’이 탈락하면서 ‘이’가 콧소리로 실현되기도 한다. “가지 말어라이~.” 최명희 <혼불>이나, 채만식 <탁류>에서도 ‘잉’이 흔하다. “밀지 말어. 자빠지겄네잉.” “문 열어요, 잉? 나두 들어가게 ….”

“끼니 거르지 말고 꼭 챙겨 먹어라잉.” ‘차 조심허고잉.’ 여기서 ‘잉’에는 타관 땅 자녀를 걱정하는 어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친구 사이 혹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위협적인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한다. “시기는(시키는) 대로 히라(해라)잉.” “딴소리허믄 재미없을 줄 알아라잉.”

이처럼 ‘-잉’은 마음을 더 간곡하게 혹은 위협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공감해 주기를 바라거나, 공감할 것이라고 예상될 때도 쓴다. “아따, 그 자석 드럽게 싸가지 없는 놈이구만. 그러지잉.” “참, 이뿌죠잉.”

‘-응개, 긍개, 근디’ 등과 함께 ‘-잉’은 전라도말의 한 지표가 되는 말이다. 타관에서 ‘-잉’을 쓰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반갑고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고장말이 주민 사이 유대나 동질감을 확보하는 수단이자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지인 까닭이다.

이길재/겨레말큰사전 새어휘팀장

*김태훈 님의 ‘북녘말’을 마치고 이번주부터 이길재 님의 ‘고장말’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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