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을 할 때는 주로 말소리를 이용한다. 그리고 억양과 음색을 이용하여 그 의미를 정교하게 만든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는데 우리들 스스로 잘 인식을 못하고 있다. 바로 표정이다. 표정 가운데서 매우 유의미한 것이 ‘눈길’이다. 눈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집중도, 상대방의 반응 파악, 공감 표현 등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대화를 하면서 눈길이 상대방을 향하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새 나가고 있는 것 같으면 사실 딴 데 신경을 쓰고 있거나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반면에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면 무언가 강렬한 의도가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기가 이야기할 때는 눈을 가볍게 내리까는 것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가볍게 웃음기를 띠고 이야기를 하면 훨씬 더 부드러워진다. 반대로 상대방을 지나치게 응시하면 매우 부담스럽기 마련이고, 일종의 ‘공격적인 행위’처럼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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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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