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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소설 <가드를 올려라>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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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소설 <35화>
누나가 사과를 깎았다. 사각사각, 과일칼이 움직일 때마다 한 꺼풀 두 꺼풀 사과가 옷을 벗으며 뽀얀 속살을 드러냈다. 사과를 깎는 동안 누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머리에서 풍기는 샴푸 냄새가 달콤했다. 몸도 약간 앞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깊게 파인 젖가슴이 보였다. 브래지어는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풍만한 유방을 감싸고 있는 것은 얇은 배꼽티 한 장뿐이었다. 그 배꼽티 위로 볼록, 한 쌍의 유두가 수줍게 튀어나와 있었다.
너무 조용했다. 째깍째깍, 시곗바늘 돌아가는 소리와 사각사각, 사과껍질 벗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 넘기면 꼴깍, 큰 소리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넘칠 것 같았다. 누나만 보고 있으면 계속 침이 나왔다.
누나는 맨발이었다. 열 개의 발가락이 가끔씩 꼼지락거렸다. 살포시 입에 머금고 하나씩 하나씩 정성스럽게 빨아주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또 침이 나왔다. 아! 누나의 우유 빛깔 허벅지. 만지고 싶었다. 핥고 싶었다. 얼굴을 비비고 싶었다. 계속 침이 나왔다.
어머, 얘. 어딜 그렇게 빤히 쳐다보니?
누나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애교가 가득했다. 봄날, 잠에서 깨어난 아기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눈은 누나의 가랑이 사이에 박혀 있었다. 팬티의 윤곽은 보이지 않았다. 손바닥만 한 핫팬츠 한 장이 유일해 보였다. 아, 한 꺼풀 너머에 누나의 언덕과 계곡이 있다! 다량의 침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계속 보면 뚫어지겠다.
뚫어진다는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눈이 활활 불타올랐다. 최면에 걸린 것 같았다. 내 눈에는 누나의 핫팬츠와 수풀에 뒤덮인 언덕, 그리고 촉촉하게 젖은 계곡만 보였다. 아, 누나!
사과가 그렇게 좋니? 침을 다 흘리네.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허둥지둥 소매로 훔쳤다. 입안에 고여 있던 침도 한꺼번에 꿀꺽 삼켰다.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너무 컸다. 부끄러웠다. 어디로든 숨고 싶었다.
호호, 얘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사과가 그렇게 먹고 싶니?
누나는 사과 한 조각을 포크로 찍어서 내게 내밀었다. 하지만 내가 먹고 싶은 건 사과가 아니었다. 나는 누나를 먹고 싶었다. 크고 딱딱한 고기 포크로 푹 찍어서 냠냠 맛있게 먹고 싶었다. 먹기 좋게 잘 익은 누나도 나한테 먹히고 싶을까?
너, 코가 굉장히 크구나. 거기도 굉장히 크겠다.
누나는 몽롱하면서도 도발적인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도 크니?
성큼 다가와 앉으며 몸을 붙이는 누나. 어깨에 느껴지는 탱탱한 유방의 기분 좋은 탄력과 프레스. 끝까지 크고 딱딱하게 발기하고 말았다. 누나의 뜨거운 숨결이 내 귓속으로 파고들 때는 짜르르, 강한 전류가 머리끝에서 발끝으로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성난 고기 포크가 빨리 누나를 찍어 먹으라고 바지 속에서 절규했다. 나를 꽂아줘. 아! 난 정말 쌀 것 같았다.
창피해할 것 없어. 난 친구 누나잖아 너, 여자 친구는 있니? 여자 친구랑 하면 좋니?
누나는 어느새 내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누나의 손이 점점 허벅지 위쪽으로 올라왔다. 부드럽고 감미로웠다. 조금은 어지럽기도 했다. 누나의 손이 닿을 때마다 몸 전체가 발기하는 기분이었다.
어머나! 너, 굉장히 크구나. 여자 친구는 좋겠다.
마침내 누나는 바지 위로 우뚝 솟아오른 고기 포크를 한 손에 가만히 쥐었다. 조금만 더 세게 쥐면, 살짝 흔들기라도 하면 장전을 마친 단백질 총알이 금방이라도 발사될 것만 같았다. 아, 누나! 나한테 맡겨줘, 고기 포크가 몸부림치며 애원했다. 안 돼. 친구 누나잖아.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망설여지기도 했다. 우걱우걱 사과를 씹으면서 나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머! 얘가 사과만 먹고 있네. 사과만 먹지 말고 누나도 좀 먹어줄래? 누나가 사과보다 훨씬 맛있어.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역시 대걸레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꽉 짜인 플롯과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빠른 전개, 내밀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상황설정은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특히 사과가 주는 복선이 좋았다. 작가는 사과라는 소재를 통해 글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인물의 내면심리를 손에 잡힐 듯 디테일하게 형상화하고 있었다. 속도감 있는 문체도 좋았다. 피부에 와 닿는 비유도 마음에 들었다. 대걸레는 만족감을 감출 수 없었다. 3편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다음 편에서는 드디어 본론 진입이다. 소설로 치면 절정이고, 영화로 치면 클라이맥스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대걸레는 3편이 연재된 장소를 안내책자 여백에 메모했다. 지금 있는 곳에서 바로 가기에는 좀 먼 거리였다. 다음 내용에 대한 기대를 쉽게 뿌리칠 수는 없었지만, 그날은 설레는 마음을 다독거리며 내일을 기약하리라 생각했다. 대신 대걸레는 2편을 재독했다. 다시 읽어도 느낌이 새로웠다. 처음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대가의 깊이가 느껴졌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 같았다. 2편을 재독하고 난 다음 대걸레의 감상은 이랬다. 이건 걸작이다!
친구 누나의 농염한 자태가 눈앞에 떠올랐다.
사과만 먹지 말고 누나도 좀 먹어줄래?
친구 누나의 도발적인 대사에 온몸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확 하고 피가 쏠리더니 아랫도리에 장착된 신체의 일부가 묵직하게 부풀어 올랐다. 대걸레는 바지를 내리고 성난 신체의 일부를 살포시 한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런 다음 단백질 탄환을 장전하고 손을 흔들었다. 발사는 싱거울 정도로 금방 끝나버렸다. 하지만 2편을 읽고 흥분해 있던 상태라 발사 때의 오르가슴은 실전 이상으로 강렬했다. 부르르, 몸이 떨렸다.
그날 밤 대걸레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육담의 진정한 하이라이트가 대걸레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소는 안다. 찾아가서 읽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좀 두렵기도 했다. 이야기가 끝나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타까웠다. 이런 수준 높은 육담을 어디서 또 접할 수 있을까? 서글픈 마음을 못내 감출 수 없었다. 아껴 읽을까도 생각했다. 한 달이나 두 달쯤 이런 설렘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궁금했다. 밤잠까지 설쳤다. 빨리 읽고 싶었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듯 대걸레는 3편만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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