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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소설 <가드를 올려라> ⓒ이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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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 소설 <50화>
힘은 곧 부와 권력을 의미했다. 연일 청탁이 이어졌고, 금품을 자진 상납하겠다는 자들이 길게 줄을 서는가 하면, 무슨무슨 협회의 이사나 무슨무슨 단체의 회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당 3대협은 돈과 직함을 들고 온 자들을 매번 이렇게 꾸짖으며 돌려보내곤 했다.
“부와 권력은 그 쓰임에 따라 선과 악으로 나뉘는 법이다. 그럼 선이라 함은 무엇인가?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쓰여야 할 곳에 쓰이는 것을 선이라 한다. 또한 악이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고, 쓰여서는 안 되는 곳에 쓰이는 것을 악이라 한다. 그렇다면 묻겠다. 지금 너희가 가지고 온 것들은 선인가? 악인가?”
무당 3대협의 명쾌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꾸짖음에 모두들 얼굴을 붉히며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이름을 제중이라 하고 호를 자중이라 하는 지역의 3대 유지 중 한 사람도 끼어 있었으니, 그는 평소 무당 3대협의 이름과 의협을 전해 듣고 이를 시험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제중 대인은 무당 3대협에게 엄청난 액수의 돈과 지역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직책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협들을 직접 뵙게 되니 명불허전이라는 옛말이 그르지 않음을 알겠소이다. 작고 변변치 않은 것들이지만 대협들께서 의로운 일에 써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무당 3대협의 태도는 단호했다. 제중 대인이 재차 삼차 거듭 권유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는 거절뿐이었다.
“견물생심이라 했습니다. 돈과 권력으로 어찌 의로운 일을 하겠습니까? 천하의 부호들과 위정자들을 보십시오. 산해진미도 시간이 지나면 썩듯 돈과 권력도 한곳에 고이면 부패할 뿐입니다. 돌아가주십시오. 일부러 찾아주신 마음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승강이를 계속하던 제중 대인은 짐짓 화난 것처럼 가장하여 얼굴을 구기고 언성을 높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김씨, 윤씨, 오씨의 지역 3대 유지 중 한 사람인 오가다. 내가 너희의 오만불손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어찌 이다지도 무례하단 말인가. 무릇 대가 유하면 휘어 부러짐을 면하지만 강한 대는 끝내 부러지고 마는 법이다. 차후 너희 3인에 대해서는 영태, 정호 양 대인과 의논하여 오늘의 무례함을 엄히 처벌할 것이다.”
이에 무당 3대협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설령 대가 강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이 대의를 위한 것이라면 저희 3인은 강함을 취하고 부러짐을 택할까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제중 대인은 과연, 과연! 무릎을 치며 크게 감탄한 뒤, 치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듣던 대로구려. 내가 어리석고 의심이 많은 소인배라 귀공들에게 잠시 농을 친 것뿐이니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마시구려. 내 돌아가는 길로 김가, 윤가 등 유지들을 설득하여 귀공들과 뜻을 함께할 것이니 부디 미흡한 힘이나마 귀공들의 필요가 닿는 곳에 부려 써주시길 바라오.”
지역 3대 유지들의 전폭적인 후원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덕분에 무당 3대협은 거침없는 행보를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 크게는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고, 작게는 민생치안에 힘썼다. 약자를 보호하고 악인을 벌하는 한편, 관행처럼 이어지던 학교폭력 근절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자연스럽게 추종하는 무리들도 많아졌다.
“멤버마다 팬클럽이 결성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식칼 아줌마의 인기는 단연 발군이었다고.
“매일 백여 통이 넘은 팬레터를 받았다. 학 천 마리를 정성스럽게 접어서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매일 숙소로 찾아와 사랑의 도시락을 수줍게 내미는 사람도 있었다. 생일만 되면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때 우리는 달기, 서시, 양귀비로 통했다.”
“달기, 서시, 양귀비가 누군데요?”
“중국의 3대 미인이다. 나는 양귀비였다.”
식칼 아줌마는 아련한 눈빛으로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아무튼 무당 3대협의 눈부신 활약으로 지역사회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부정과 부패가 자취를 감추자 서민들의 살림살이도 조금은 나아졌다. 무당 3대협이 있는 한 지역사회의 평화와 안녕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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