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소설 <51화>
“바로 그때 돌주먹이 나타난 거다.”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과거의 어깨들이었다. 그들은 무당 3대협의 등장과 함께 주먹세계를 떠나 외식업이나 유흥업 등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선량한 시민들이었다.
범행은 하루에 한 번꼴로 일어났다. 시간은 오후 6시 이후. 장소는 피해자의 집 앞이 가장 많았다.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간에 조명이 꺼진 대로변이나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관할 내에서 연일 폭력 사건이 계속되자, 담당 경찰계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우선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탐문수사에 들어갔다. 피해자들의 진술은 한결같았다. 동일범의 소행이었다. 범인은 거구의 남자였다. 인상착의에 대한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할 수 있었다. 뒤에서 급습하거나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일치했다. 다만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좀 특이해 보였다. 터벅터벅 다가와서 그냥 부른다.
“어이, 형씨!”
그리고 모든 피해자들에게 똑같은 말을 건넨다.
“나랑 한판 뜹시다.”
이유 같은 건 없었다. 치정이나 원한 관계에 의한 복수 같지도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의 진술은 일치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었시다.”
하지만 범인에 대한 이미지는 피해자마다 중구난방이었다. 범같이 빠르더라는 사람도 있었고, 곰처럼 힘이 세더라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범인이 날린 장풍에 당했다고도 했고, 또 다른 사람은 관우 운장이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흉기는 없었다면서요? 경찰이 물으면, 아무튼 그 정도의 위력이 느껴졌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바로 본격적인 범인 검거에 나섰다. 관내에 범인이 출현할 법한 일곱 곳의 포인트를 선정하고 각 지점마다 2인 1조로 인원을 편성하여 잠복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병력이 범인과 마주친 것은 잠복수사에 돌입한 당일 밤이었다.
“꼼짝 마!”
“형씨들도 한판 뜨시게?”
용의자는 단독범에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다. 반면 경찰은 수적으로도 우위에 있었을 뿐 아니라 박달나무 진압봉으로 무장한 폭력진압 전문인력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리만큼 일방적이었다. 범인을 검거하려던 두 명의 경찰은 손 한번 못 써보고 순식간에 당했다. 불구가 된 두 경찰은 다음 날 경찰병원으로부터 1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공직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다음 날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하루에 한 지점씩, 일주일 동안 관내에 배치된 잠복 7개소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범인의 공격을 받았다. 무려 열네 명에 달하는 현직 경찰관이 1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국가 연금의 수혜자가 되었다.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로서는 다시없는 비극이자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이에 격분한 경찰서장은 결국 발포명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일선 경찰관들에게 권총과 실탄이 지급되었다. 사살명령도 떨어졌다. 그만큼 경찰 쪽 입장은 절박했다. 하지만 실탄이 장전된 총도 신출귀몰하는 범인 앞에서는 한낱 어린애 장난감에 불과했다.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경찰 측 사상자 수는 계속 늘어만 갔다. 여기저기에서 피해자들이 속출했고 신고와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쪽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었다. 사건 전담반이 뒤늦게 편성되고 강력반과 경찰 특공대까지 투입됐지만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부상자 수만 늘어났다.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었다.
경찰의 무능력을 비난하는 여론이 빗발쳤다. 매스컴도 사건의 책임을 경찰에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치안의 사각지대라느니 종이호랑이 경찰, 방범 서비스의 실태 같은 말들이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변명하고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고위급 간부들은 모두 눈치를 보며 사건이 유야무야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이미 사건 해결에 대한 의욕도 희망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 분위기는 일선 경찰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신고가 접수되면 가족사항을 읊으며 출동을 기피했다.
“나는 처자식이 딸린 몸이야.”
신고를 접수하고도 사건 현장과는 반대 방향으로 출동하는 경찰들까지 있었다. 당연히 치안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폭력과 절도 사건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발생했다. 지역사회는 다시금 약탈과 범죄가 난무하는 무법지대로 변해갔다. 그러던 중 강력반의 신참 형사 한 명이 민생치안과 정의사회 구현의 깃발 아래 분연히 떨치고 일어났다. 그는 잠복 7개소 중 한 곳에서 범인을 기다렸다. 첫날은 성과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이틀째 되던 날 밤, 신참 형사는 드디어 범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