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식 소설 <52화>
“대체 목적이 뭐냐?”
신참 형사는 범인에게 총을 겨누며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이 엉뚱한 것이었다.
“형씨 마음에 드네. 좋시다. 한판 뜹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범인은 신참 형사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총구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미처 몸을 뒤로 돌릴 틈도 없었다. 퍽, 허리를 가격당했다. 그 한 방에 신참 형사의 몸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쳤다. 다시 일어서려고 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만져도 감각이 없었다. 자기 몸이 아닌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출근 중이던 시민이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신참 형사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바로 앰뷸런스가 출동해 신참 형사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검사 결과 신참 형사의 척추뼈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부서져 있었다. 의사는 하반신 불수라고 진단한 뒤 1급 장애 판정을 내렸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경찰서장이 병원으로 달려와 의사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비통하게 오열했다.
“아니야, 아니야! 다시 걸을 수 있게 만들어! 안 그러면 당신은 내 손에 죽어!”
그 신참 형사는 경찰서장의 외아들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경찰서장은 결국 무당 3대협을 찾아가게 된다. 그때만큼은 경찰서장이라는 공인의 신분을 벗어던졌다. 사회적 위치에 따른 체면도 헌신짝처럼 버렸다. 평상복을 차려입은 경찰서장은 한 아들의 아버지로서, 슬픔과 비탄에 빠진 한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증오에 몸을 떨며 무당 3대협을 만났다. 그래서 경찰서장은 무당 3대협 앞에 무릎을 꿇을 수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범인을 잡아달라고 애걸할 수 있었다.
“내 아들의 원수를 갚아주시오!”
무당 3대협은 즉시 경찰서장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귀하신 몸으로 저희와 같은 일개 협객 앞에 무릎을 꿇으시니 이치에 어긋나는 처사입니다. 저희가 비록 가진 힘이 미약하고 재주 또한 변변치 않으나 이렇듯 간곡히 청하시니 견마지로의 자세로 나설까 합니다. 대인께서는 부디 귀한 몸을 돌보십시오.”
사건에 대해서라면 이미 들어 알고 있는 무당 3대협이었다. 현역에서 물러난 지역사회의 주먹들이 하나둘씩 당할 때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중에는 골프채라는 주먹도 있었다. 골프채 하나로 지역을 평정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무당 3대협은 골프채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찾아갔다.
“누가 이렇게 끔찍한 짓을…….”
하반신 불수가 된 골프채 앞에서 무당 3대협은 말을 잇지 못했다. 공포에 질린 골프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놈은 사람이 아니었소. 나를 이렇게 만든 건 괴물이었단 말이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놈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만약 마주치게 되면 도망치시오. 도망칠 수 있다면.”
병원을 나오면서 소소가 말했다.
“골프채 또한 기골이 장대하고 무공이 높은 자입니다. 그런 골프채를 저렇게 만들었다면 반드시 무공이 고강한 고수일 것입니다.”
철없는 아령이 소소의 말을 받았다.
“얼마나 고강한 고수일까? 난 한번 겨뤄보고 싶어.”
옆에서 듣고 있던 식칼 아줌마가 신중한 목소리로 아령을 꾸짖었다.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일 주먹을 겨루게 되면 반드시 피바람이 불고 둘 중 하나는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아우들은 어리석은 공명심으로 위험을 자초하지 마라. 우리 3인이 합심하여 놈을 격퇴할 것이다.”
둘째 소소는 존명! 큰 소리로 외치며 고개를 숙였고, 막내 아령은 피- 토라진 표정으로 귀여운 혀를 내밀었다.
그게 벌써 한 달 전 일이었다. 사건 해결에 나선 경찰 쪽에서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힘들게 되찾은 지역사회의 평화마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경찰 병력이 동원된 이상 경솔하게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당 3대협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태의 추이를 관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경찰서장이 찾아와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럼 대협들만 믿겠소.”
경찰서장은 경찰 병력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돌아갔다.
“그래서 우리는 잠복 7개소에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한 시간 단위로 순찰을 돌았다.”
첫날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나갔다.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폭력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산책 나온 것도 아니고……. 계속 순찰만 도니까 시시해.”
시간이 늦어지자, 심심해진 막내 아령이 입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 아령을 소소가 달랬다.
“아령은 너무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밤의 운치가 이렇듯 그윽하니 그 속을 거닒도 즐거움이 아니겠느냐.”
하지만 식칼 아줌마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두 아우는 경계를 늦추지 마라.”
그리고 다음 날 밤이었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어두운 밤하늘을 찢으며 길게 울려 퍼졌다. 막 순찰을 마치고 지나온 5번 초소였다. 무당 3대협은 걸음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셋 다 축지법을 사용했다. 쏜살처럼 빠르게 밤거리를 달렸다. 하지만 5번 초소는 이미 초토화된 뒤였다. 옅은 화약 연기가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 기형적인 자세로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명의 경찰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경찰관 옆에 떨어져 있는 권총 총구에서는 아직도 실낱같은 화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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